KDI 손잡고 '마이너스 성장' 거부한 정부...팬데믹엔 '빙판길'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0.1%로 점치면서 다수 기관의 '마이너스 성장' 예고장을 뒤집었다.

“열악한 수출상황을 반영할 경우 마이너스 성장에 근접하다”는 학계 중론과 대비된다.

1일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로 예측했다. 방기선 차관보는 브리핑을 통해 “추가경정예산안 등 확장적 거시정책에 기반한 소비·관광 활성화 및 투자활력 제고 노력이 하방리스크를 완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제성장률을 0.2%로 예상했다.

국내외에서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낙관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2%로 제시했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 모두 마이너스 성장(-0.5∼-1.2%)을 점치고 있다. '낙관적'이란 평가를 받았던 한국금융연구원의 전망치도 -0.5%다. 플러스 성장 예측은 찾아보기 어렵다.

KDI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는 팬데믹의 경우 마이너스 폭이 깊어질 것이란 비관론이 뒤따라왔다. KDI는 “코로나19 상황 장기화로 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상 지난 1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이 -1.4%로 떨어진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하반기 성장세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가장 최근 경제전망 수정안을 발표한 한국은행도 -0.2%로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한은이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한 것은 2009년 7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한은 성장률 전망치는 -1.6%였다.

다만 실제로는 전망을 한참 웃도는 0.8% 성장을 기록했다. 따라서 정부도 한국판 뉴딜 정책과 각종 투자활성화 유인책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이를 지지하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 집행으로 하반기에 성장판을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1~2분기 정도의 마이너스 성장 이후 반등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학계에선 코로나19 확산 기류가 장기화된다면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미중 무역갈등, 팬데믹으로 인한 2분기 수출도 어려울 것으로 보여 마이너스 상황에 근접한다”면서 “대규모 재정투입과 한국판 뉴딜이 실질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민간중심 투자와 고용창출로 연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고용상황에서는 일자리 지원 사업 등 정책효과가 일부 상쇄해 지난해 수준 취업자 수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률(15~64세)은 비관적 수치가 예상됐다. 정부는 “(고용률)은 취업자 증가폭 둔화로 작년보다 소폭 하락한 66.4%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물가의 경우 0% 상승률을 전망했다. 올해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내수 부진 등 공급과 수요 부진이 중첩돼 0.4% 물가상승률을 점쳤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