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과유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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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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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20대 국회에서 극한 대치 상태를 이어 간 여야는 21대 국회에선 협치를 약속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금 국회는 외줄 타듯 불안하다. 상임위원회 구성 방안을 놓고 거대 여당으로 올라선 더불어민주당이 승자 독식을 언급하고, 미래통합당이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요구하며 다시 갈등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협치는 잊혔고, 양당 사이에서는 '나치 독재' 같은 독설이 오가며 골이 깊어 가고 있다.

승자의 배려가 아쉽다. 모든 상임위를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것은 지금 시대를 사는 이들에겐 익숙지 않은 그림이다. 민주당은 안정적인 국정운영 책임을 명분으로 당위성을 외치지만 욕심으로 비친다. 상임위 구성을 놓고 '법대로'라는 표현을 쓰며 원칙론을 내세우는 건 협상이 아닌 일방 통보다. 다른 정당도 민주당을 향해 비난의 날을 세우는 이유다.

양보와 배려는 강자가 약자에게 베풀 수 있는 특권이다. 약자는 베풀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지금 민주당은 개헌 이외 모든 의사 일정을 단독으로 풀 수 있는 강자의 위치에 있다. 굳이 모든 상임위에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유리하다. 총선 때부터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 '원팀'을 강조했다. 든든한 국회 지원으로 국정 후반기 정책에 속도를 더 한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

협치가 사라지면 안 된다. 총선 공약 어디에도 상임위 독점을 언급한 바 없다. 다수의 국민이 21대 국회에서 여당에 힘을 실어 준 이유가 과연 승자 독식을 원했기 때문인지 반문해 보라. 채울 수 없을 정도의 욕심은 결국 다른 것을 잃게 한다. 야당과 소통을 뒤로한 채 정권의 성공만을 좇는 것은 바람직한 여당의 모습이 아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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