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與 패러독스에 빠진 민주당, 야당 무소유 카드에 혼란

국회 원구성 협의 초기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 압박을 위해 꺼내들었던 '18개 상임위 독식' 카드가, 이제는 반대로 통합당이 민주당을 압박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원구성 마무리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통합당이 민주당에게 18개 상임위 모두를 가져가라는 '무소유' 카드를 던진 것. 반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입법독재의 비난과 역풍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통합당이 민주당에게 법제사법위원회 양보와 18개 상임위 독식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제안했다. 22일 김영진 민주당 원내총괄수석부대표와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나머지 상임위 배분을 위한 회동을 가졌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통합당에게 제안한 예산결산특별위원장·국토교통위원장·정무위원장직 등 7개 상임위원장을 빨리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당은 야당으로서 법사위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사위 없이는 다른 상임위는 의미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다른 상임위 배분 협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법사위를 양보할 지 18개 상임위 모두를 독식할 지 결정해야 할 시기라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18개 상임위 독식 카드는 점차 공식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통합당의 이 같은 반응에 진의를 파악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날 김성원 수석부대표는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민주당이) 다 가져가라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말해, 무소유 카드가 사실상 당론 수준까지 올라왔음을 시사했다.

통합당의 법사위 고집이 계속되는 데에는 그만큼 수적 열세가 크다는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7개 상임위를 가져간다 해도 입법 활동에 있어 177석 여당의 수적 우위를 이길 수 있는 묘책이 없는 상황이다. 상임위 활동에서 의견을 내더라도 결국 여당 뜻대로 흘러가고 책임은 같이 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때문에 상임위 수 보다는 입법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법사위 하나에 집중하는 게 수적 열세를 그나마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작 거대 여당지위를 확보한 민주당 입장에서는 고민이 커진 상황이다. 강경 지지세력들 사이에서는 177석을 밀어준 의미를 강조하며 야당과 협상 없이 밀어붙이라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18개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는 것이 단독 의정활동을 선포하는 것과 같은 의미인 만큼 협치를 져버렸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한편, 민주당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복귀와 함께 상임위 구성 마무리와 국회 정상화에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의 문 언제나 활짝 열려 있어 통합당의 빠른 결단을 기대한다”며 “시간 지체할 수 없는 산적한 국정현안 두고 국회 정상화를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