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현산 재실사 요구 수용 못한다”…아시아나 M&A 백지화될 듯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거절했다.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전은 백지화 위기에 놓였다. 새로운 인수 대상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채권단이 아시아나를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3일 아시아나 매각 관련 온라인 브리핑에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신의 성실 원칙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현산이)7주간 실사한 상황에서 자꾸 재실사를 요구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달 11일까지 현산이 유상증자, 계약금 추가 납입과 같은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재실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일말 협상 여지는 남겼지만 인수 작업이 진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주장하며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12주 재실사를 제안했다. 시장에선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 만들기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수 무산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란 것이다.

채권단은 인수 무산 책임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가 아닌 현산에 있다고 못 박았다. 제대로 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현산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 회장은 “현산 주장은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왜곡됐다. 계약 무산위험은 현산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선을 그었다.

현산이 협상 테이블에서 보여줬던 태도를 꼬집은 것이다. 산업은행은 현산이 대면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산이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재실사를 요구한 것은 시장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간주했다. 양측 모두 책임을 미루는 가운데 계약금 반환 소송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물 건너가면서 채권단도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 채권단 관리체제로 돌입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최우선 목표로 뒀다. 재매각을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현산이 대면 협상에 응하지 않고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무산이 불가피하다”면서 “유동성 지원과 영구채 주식 전환으로 채권단 주도 경영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