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수소산업 육성 앞당기는 전주기적 수소기술개발, 부처 협력 절실

안국영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위원
안국영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위원

수소에너지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소·연료전지 관련 주요 이벤트'를 그려본다. 시작은 1973년 오일쇼크에 이은 1977년 'IEA-HIA(Hydrogen Implementing Agreement)'의 발족부터일 것이다. 그 후 국내에서도 1988년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이 제정됐고, 1989년에는 한국수소 및 신에너지학회(KHNES)도 창립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2013년 수소경제 협의체 '국제수소연료전지파트너십(IPHE)'의 발족이다. 2019년에는 IPHE 국제 수소경제포럼이 우리나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한국은 2005년 수소경제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정책이 지속되진 못했지만, 다양한 연구과제가 추진되는 성과를 거뒀다. 2003년부터 10년간 '21세기 프론티어사업'의 하나로 수행된 '고효율 수소 제조·저장·이용 기술개발 사업'은 국내 수소 에너지 연구의 기반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이후 수소에 대한 이벤트는 급격히 증가했다. 정부는 2018년 8월 13일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혁신성장 투자전략 방향'을 발표하면서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수소경제'를 꼽았다. 이어 2019년 1월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0년 2월에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안전관리에 대한 법률'이 제정돼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하는 수소 경제 이행 촉진을 위한 기반이 조성됐다.

이후에도 수소법에 따라 지난 7월, 수소산업진흥은 수소융합 얼라이언스 추진단이, 수소유통은 한국가스공사가, 수소안전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각각 전담기관에 지정돼 맡게 됐다. 각 전담기관은 수소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양성, 연구개발(R&D) 등 사업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수소경제에 대한 정부 의지는 매우 확고하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도 2030년까지 강점이 있는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함으로서 수소경제를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소차의 경우에는 현대자동차가 승용 넥쏘를 생산하고 최근에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양산을 개시하는 등 강점을 갖고 있지만, 연료전지의 경우 보급이 1등이지 기술은 그리 높지 않은 실정이다. 때문에 최근 연료전지 발전소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외국기술을 그대로 수입하거나 기술제휴, 외국기술과의 공동개발, 합작회사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외국 기술이 국내에 유입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랜 기간 이어진 연료전지 분야 연구 지원에도 불구하고 사업화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을 파악해 국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하는 시점이다.

이 원인은 전주기적 기술개발 추진이 미흡한 것에 있다. 지금 수소 관련 정부 정책방향을 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원천기술개발을, 산업통상자원부는 응용연구를, 국토교통부는 수소도시 등의 적용연구를 추구하고 있다. 단계와 분야에 따라 목표가 나뉘어 있는데 이 기술을 부처 간 유기적인 협력으로 잘 연계하고 시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수소산업 육성을 앞당기기 위한 전주기적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부처 간 협력 연구의 확대가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선진국이 수소 산업에 앞 다투어 투자를 확대하면서 수소 경제의 비약적 발전에 기대를 걸게 한다. 하지만 기술적,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있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해나가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런 시점에 정부가 수소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해 '3대 전략투자 분야'에 수소경제를 포함시키고 R&D와 생산기지 구축을 추진키로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글로벌 수소 산업 경쟁에서 우리가 선도국의 위치를 점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이제 연구계와 학계, 산업계는 수소경제 구현에 필요한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할 때다. 기술이 수소 경제 구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체계적인 로드맵을 세우고, 연구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안국영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위원 kyahn@kim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