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측정'이면 의료기기, '발열감시'면 NO?…업계 명확한 지침 절실

식약처 "거짓·과대 광고 땐 고발조치"
업계 "기술이 정부 정책 앞서간 사례"
명확한 지침 마련 위한 공론의 장 요구

한 대형 매장에 설치된 안면인식 열화상 카메라.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한 대형 매장에 설치된 안면인식 열화상 카메라.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가 의료기기에 해당된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입장이 나오면서 정보기술(IT)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더 명확한 기준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14일 “의료기기는 목적성을 기반으로 판단하는데 단순 발열 감시와 초기 선별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열화상 카메라는 의료기기로 보지 않는다”면서 “다중이용 시설에서 개별 체온 측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열화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발열 감시를 하고 있지만 개인별 정확한 체온을 측정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기로 인증된 체온계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별개로 열화상 카메라를 의료기기 체온계인 것처럼 거짓·과대 광고하는 경우 제재할 수 있다”면서 “현재 1개 업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9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얼굴인식 열화상 카메라 등 장비 가운데 일부에서 수치가 나타나는 제품이 있지만 의료기기 표시, 인증번호 등이 없으면 체온계 인증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 스크린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체온 측정은 체온계로 해야 한다”면서 “열감지 카메라 등이 의료기기 체온계인 것처럼 운용되는 등 행위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고의적으로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을 통해 고발 조치 등을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설명이 나왔지만 이미 안면인식 체온측정 카메라를 판매하고 있는 업계에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의료기기 인증을 받아야 하는지, 발열 감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라면 그대로 판매해도 되는지, 의료기기에 해당할 경우 이미 시장에 판매된 제품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방역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개발한 것인데 뒤늦게 이를 규제하며 마치 이 제품을 개발한 업체와 도입한 기관의 잘못처럼 몰아가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기술이 정부 정책을 앞서간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빠른 시간 안에 종합 규정을 마련한다면 업계도 그에 맞춰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유관 기관과 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공론의 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도 이미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비슷한 논란이 빚어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4월 체온 측정을 목적으로 하는 열화상 카메라를 의료기기로 판단하고 관련 법에 따라 시판 전에 신고(510K)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공중보건 비상사태 기간에 한해 510K 허가 없이 판매하는 경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침을 내놨다. 열화상 카메라를 발열 감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규제의 유연성 적용이 핵심이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