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성장 효과'...국내 반도체 테스팅 하우스 시장 파이 커진다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삼성전자 이미지센서·AP 등 물량 늘자
테스나 등 테스트 업체 설비투자 확대
반도체 후공정 생태계 동반성장 눈길
업계 “정부, 선순환 구조 정착 힘써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성장으로 국내 반도체 '테스팅 하우스' 시장 파이도 함께 커지고 있다. 네패스아크, 엘비세미콘, 테스나, 하나마이크론 등 국내 테스트 업체들이 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늘어나는 시스템반도체 물량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고도화를 위해 설계와 파운드리 외에 후공정 생태계까지 전방위적인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후공정(OSAT) 업체로 잘 알려진 엘비세미콘은 581억원 규모 설비 투자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상보성금속산화반도체(CMOS) 이미지센서와 시스템온칩(SoC) 테스트 설비를 증설하기 위해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엘비세미콘은 반도체 칩 아래 동그란 공 모양의 금속을 달아 외부 접속 단자와 연결하는 범핑 작업을 주력으로 한다. 이 회사가 CMOS 이미지센서 테스트용 설비를 갖추는 것은 늘어나는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 테스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엘비세미콘이 관련 라인을 갖추면 이르면 내년 1분기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도 이미지센서 생산 물량을 늘리고 있다. 칩 테스트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추세다. <자료=IC인사이츠>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도 이미지센서 생산 물량을 늘리고 있다. 칩 테스트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추세다. <자료=IC인사이츠>>

삼성전자 이미지센서 테스트 설비를 가장 잘 구축한 테스나의 매출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테스나는 지난해 10월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271억원 투자해 설비를 갖추고 있다.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설비 투자가 이어질 만큼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업계 관측이다. 테스나 관계자는 “올해 약 7대3의 비율로 이미지센서와 SoC 테스트 설비 구축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네패스 계열사로 지난해 4월 설립된 네패스아크도 600억원 투자 금액을 기반으로 테스트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모회사 네패스의 고급 패키징 기술 팬아웃 패널레벨패키지(FOPLP), 웨이퍼레벨패키지(WLP) 기술과 함께 테스트 기술을 확보한 네패스아크는 올 4분기부터 주요 고객사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테스트 서비스를 시작한다. 향후 고주파수(RF) 칩까지 테스트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하나마이크론은 지난해부터 약 450억원을 투자해 테스트 설비를 갖추고, 지난 1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최근 하나마이크론은 삼성전자의 모바일·가전용 AP, 5세대 통신(G) 고주파수(RF) 칩, 전력반도체(PMIC) 등 테스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 움츠러들었던 하나마이크론 테스트 공장 가동률은 7월부터 가파른 회복세를 띄고 있다.

웨이퍼 테스트와 패키지 테스트 공정 순서. <사진=테스나>
<웨이퍼 테스트와 패키지 테스트 공정 순서. <사진=테스나>>

반도체 테스트는 회로 제조가 끝난 웨이퍼나 패키징 작업이 마무리된 칩을 다양한 조건에서 테스트하며 양품과 불량품을 구분하는 과정이다.

최근 4개 테스팅 하우스가 설비 투자를 늘려가는 배경은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생산 물량 증가와 관련이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 기조 아래 PMIC, RF칩, 이미지센서, AP 등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 제품군을 늘려가고 있다.

이들 물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반도체 테스트 시장 생태계도 확대되는 중이다. 삼성전자와 테스트 업체 간 협력 관계는 이미 공고하게 구축된 대만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와 유사한 모습으로 확장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 TSMC 주변에는 KYEC, 시구르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아덴텍 등 주요 테스트 업체가 TSMC를 지원하고 있다. 웨이퍼 테스트와 패키지 테스트가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KYEC의 경우 지난해 매출만 1조원을 넘는 등 업계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과시한다.

KYEC 연간 매출 현황. <자료=KYEC>
<KYEC 연간 매출 현황. <자료=KYEC>>

국내 4개 테스팅 하우스 업체들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사업부가 만든 칩을 주로 테스트한다. 향후 삼성 파운드리의 외부 고객사 프로젝트 수주와 디바이스 종류 확대에 따라 다양한 반도체를 테스트하며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위해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생태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국가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 정보기술(IT) 기업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물량을 맡기고, 패키징 및 테스트도 국내에서 소화하는 구도가 돼야 한다”며 “파운드리 사업 확대의 수혜를 지키려면 대만처럼 국내 반도체 후공정 생태계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