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없던 규제 만들어 'K-배터리' 노골적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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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열확산' 자국 표준 강행
자체 방법으로 자의적 해석 우려
韓기업 전기차용 시장 확대 제동

LG화학 연구원들이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
<LG화학 연구원들이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용 배터리 관련 규제를 신설 및 강화하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압박 공세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내년부터 자국이 정한 배터리 열확산 전이 시험을 통과해야만 자국 판매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만드는 파우치형 배터리도 규제 대상에 오르면서 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내년부터 '전기차 동력 배터리 안전요구' 국가 표준을 시행할 예정이다. 중국이 배터리 분야에서 국가 표준을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표준 적용 대상은 중국 전 지역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벌이는 외자 기업이다.

표준은 배터리 열확산 전이 시험을 통해 자체 기준에 부합한 배터리 업체만 중국 생산 및 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열확산 전이 시험은 배터리 셀에 △외부 압력 자극 △가열 장치 자극 △자체 방법 등으로 열을 가해 배터리가 열확산 상태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험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무역기술장벽(TBT) 위원회'에서 중국 정부 측에 배터리 국가 표준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배터리 국가 표준 시험 항목을 국제 표준에 맞춰 시행할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중국 정부는 국가 표준 시행을 내년 1월로 유예했지만 국제 표준 기준으로 시행해 달라는 요구는 반영하지 않았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최근 LG화학, 삼성SDI와 비대면 영상회의를 열어 내년 국가 표준 시행을 앞두고 기업별 대응 방안을 공유하고, 정부 간 상생 협력 방안 등을 모색했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중국 배터리 국가 표준 시험 항목 일부가 자체 방법을 통해서만 진행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명확한 근거와 기준보다 자의적인 표준 해석과 적용을 통해 의도적으로 시장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국가 표준 시험 항목 일부가 국제 표준과 달라 이를 파악하고 시의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규제 신설을 통해 한국산 배터리 때리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은 올 8월까지 누적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4위, 6위로 상위권을 지켰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35.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중국 전기차 시장 회복세를 고려하면 중국 CATL이 점유율 1위를 탈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중국이 자국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려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국가 표준에 맞게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적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