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사 없는 택배 국감'…생색내기 그치나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 다루면서
연관된 회사는 증인 채택 안해
일각선 "본질 파악 못했나" 비판

택배 노동자가 상하차장에 집하된 물건을 나르고 있다.
택배 노동자가 상하차장에 집하된 물건을 나르고 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감사에 정작 택배회사는 증인 명단에서 제외돼 논란이다.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택배기사의 업무 환경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택배회사는 없는 허울뿐인 국감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26일 열리는 고용부 종합국감에서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임성환 전무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당초 CJ대한통운·한진택배 대표 등 택배회사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것을 논의했지만 결국 쿠팡 실무 임원만 부르는 것으로 정리했다.

최근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에서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 사망이 늘어나면서 이번 국감에서 택배업계 과로사와 갑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문제는 사망 문제와 직접적 연관이 발생한 택배 회사는 빠지고 쿠팡만 불려갔다는 점이다.

이번 택배업계 과로사 문제의 핵심은 특수고용직으로 불리는 택배회사 노동자다. 일반 택배노동자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건당 수수료를 받는 계약 형태로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하지만 정작 쿠팡 택배기사의 경우 직접 고용 대상자다. 지난 쿠팡 칠곡 물류센터 사망 노동자의 경우 택배업무가 아닌 포장재 공급업무를 담당해왔다.

쿠팡은 직고용 형태인 만큼 정규직과 단기직 등 모든 인력이 주 52시간 근무가 보장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택배기사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쿠팡을 택배기사 문제를 해결한 모범사례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국감에서는 쿠팡만 유일하게 택배기사 과로사 쟁점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일반 택배기사의 과로사 주원인은 공짜 노동으로 불리는 '분류 작업'이 지목된다. 분류 작업에 대한 대가는 받지 못해서다. 이와 달리 쿠팡은 물류센터 내부 분류 작업을 전담하는 인력을 채용해 별도 운영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택배 노동자의 처우 개선 등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정치권이 이해관계에 얽매여 증인도 제대로 못 부른 꼴“이라며 “택배 국감에 택배회사가 없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