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케이씨텍 등 4개 소부장 기업에 750억 지분 투자…소부장 생태계 강화 '가속페달'

케이씨텍·엘오티베큠·미코·뉴파워프라즈마
반도체 전공정 국산화 선봉 역할
7월 1100억원 집행 이후 추가 투자

삼성전자가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에 잇따라 지분을 투자했다. 석 달 전 두 곳에 지분을 투자했던 삼성전자는 4개 기업에 75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작년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중요성이 부각된 소부장 생태계 강화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2일 케이씨텍, 엘오티베큠, 미코, 뉴파워프라즈마 등 4개 소부장 기업은 삼성전자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 규모는 각각 210억원, 190억원, 217억원, 127억원으로 총 744억원이다. 이들 기업은 반도체 전공정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과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선봉장 역할을 하는 업체들이다.

삼성전자, 케이씨텍 등 4개 소부장 기업에 750억 지분 투자…소부장 생태계 강화 '가속페달'

케이씨텍은 화학처리연마(CMP)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CMP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필요한 박막이 순차 도포될 수 있도록 원판 표면을 화학·기계적 방식으로 평탄화하는 공정을 말한다.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일본 에바라 등 해외 업체 의존도가 상당히 높지만, 케이씨텍은 지속적인 장비·소재 국산화로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 케이씨텍 등 4개 소부장 기업에 750억 지분 투자…소부장 생태계 강화 '가속페달'

엘오티베큠은 반도체 장비 안에 들어가는 건식진공펌프를 95% 이상 국내 부품으로 만들어 화제가 된 업체다. 건식진공펌프는 반도체 장비 안에 있는 각종 물질과 기체를 빨아들여 진공 상태로 만들어주는 펌프다. 박막을 웨이퍼에 오염 없이 고르게 씌우려면 이 펌프가 반드시 필요하다. 영국 에드워드 등 오랜 업력을 지닌 업체들이 제품을 공급해 왔지만, 최근 엘오티베큠이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비율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뉴파워프라즈마 사옥 전경. <사진=뉴파워프라즈마>
뉴파워프라즈마 사옥 전경. <사진=뉴파워프라즈마>

뉴파워프라즈마는 반도체 장비의 '엔진' 역할을 하는 고주파(RF) 부품인 RF 제너레이터, 매처 등을 국산화 중인 회사다. 이 분야는 미국 MKS, AE 등이 상당한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뉴파워프라즈마가 최근 삼성전자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신제품 공동 개발과 양산라인 구축에 나서는 등 국산화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미코의 세라믹 히터.
미코의 세라믹 히터.

미코는 삼성전자가 자회사 미코세라믹스에 216억원을 유상증자한다고 밝혔다. 미코세라믹스는 화학기상증착(LPCVD) 공정에서 온도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웨이퍼를 고온으로 가열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LPCVD 장비 가격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소모성 제품이다. 삼성전자의 지분 투자 이후 협력 강화 여부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와이아이케이, 에스앤에스텍에 1100억원가량을 투자하면서 국내 소부장 기업 투자에 박차를 가했다. 2017년 솔브레인과 동진쎄미켐 이후 3년 만에 이뤄진 국내 반도체 분야 투자였다. 특히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서 약점으로 꼽혀왔던 핵심 부품과 소재 전반으로 투자 범위를 넓혔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이후 삼성전자 내에서 소부장 다변화 문제를 절박하게 느끼고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