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 수혜자는 이용자가 돼야

이상우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
이상우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른바 '넷플릭스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누구나 예상했듯이 입법 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콘텐츠 공급사업자(CP)와 통신사업자 진영으로 양분돼 현재까지도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망 이용대가 문제와 관련해 통신사업자는 글로벌 CP가 그들의 막강한 협상력을 무기로 통신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CP는 통신사업자 책임을 CP에 부당하게 전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두 진영 간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CP와 통신사업자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이와 같은 격한 논쟁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단지 사회 갈등만을 야기하는 불필요한 소모성 논쟁인가, 인터넷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최적의 해결 방안을 찾고 사회 합의점에 도달하기 위한 건전한 논의 과정으로 봐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전기통신사업법 도입 취지부터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과 그에 대한 후속 조치로 마련된 시행령은 CP와 통신사업자 두 이해당사자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거나 시장 내 발생 가능한 불공정 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더욱이 CP의 망 이용대가 지불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전기통신서비스 이용자가 더 편리하고 안정감 있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CP에 자신이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기술·관리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고, CP가 취해야 할 최소한의 안정성 확보 조치를 규정하기 위한 장치다. 다시 말해 이번에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과 동법 시행령의 수혜자는 CP도 통신사업자도 아닌 이용자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시행령과 관련해 CP와 통신사업자 간에 진행되고 있는 논의 내용을 보면 정작 법령 개정의 수혜자여야 할 이용자에 대한 논의는 배제돼 있다. 양측 모두 각자 사업상의 유·불리에 따라 자신의 입장만을 일방으로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아쉬운 점이 있다.

지난 9월 시행령이 입법 예고된 이후 40일 동안의 입법 예고 기간에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개진된 의견을 토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부 수정 보완을 거쳐 지난 13일 규제개혁위원회로부터 원안 동의를 받았다.

법제처 등 남은 시행령 심사 과정에서 서비스 안정성 조치가 과연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 환경 안정성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지 실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시행령 개정에 따른 이해관계자 간 유·불리를 따지기보다는 시행령에 규정될 서비스 안정성 조치가 실효가 있는지 정부가 다시 한 번 꼼꼼히 검토하는 게 중요하다.

나아가 규정된 안정성 확보 조치가 국내와 해외 CP 간 적용 시 형평성 문제는 없는지, 국내외 CP 간 역차별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지도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현재 마련하고 있는 시행령은 인터넷 생태계에서 영향력이 지속 확대되고 있는 CP에 서비스 이용 환경 안정성 조성을 위한 최소한의 기술·관리 책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법령 개정의 주인공은 CP도 통신사업자도 아닌 이용자가 돼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한다. 또 이번 전기통신사업법과 동법 시행령 개정을 계기로 촉발된 다양한 논쟁 및 이슈가 향후 인터넷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훌륭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상우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 swolee@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