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인 '자가격리 면제?'...산업현장선 "하늘의 별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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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도 문턱 높아 유명무실
해외 대면 기술 지원 등 '막막'
"핵심인력이라도 격리 단축을"

“대기업의 전세기 출국이 취소되는 분위기 속에서 중소기업인이 자가격리 면제 혜택을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1세대 벤처기업 CEO)

“샘플 테스트나 기술 지원을 대면으로 하기 어려워지면서 해외 사업이 절반 넘게 감소했습니다.”(기계제조 전문업체 CEO)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수출 전사' 중소·벤처기업인의 맥이 풀렸다. 정부 간 기업인 입국 시 자가격리를 면제해 주는 신속통로 제도가 사실상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중요 채널이 없는 중소기업이 자가격리 면제 프로그램 혜택을 받기란 언감생심이기 때문이다.

신규 해외 수주 유치는커녕 기존 고객 기술 지원 대응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현장 기술 지원 인력 등 핵심 인재에 한해 자가격리 면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25일 벤처 및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많은 중소기업이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2주 자가격리 면제 프로그램'의 문턱을 넘지 못해서 좌절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업 목적으로 해외를 단기 방문할 경우 국내 입국 시 격리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그러나 사업의 대면 필요성, 시급성, 중요성 등을 인정받아야 하는 데다 실시간 코로나19 확산 추이까지 병행해서 고려하기 때문에 문턱이 높다.


수출기업인 '자가격리 면제?'...산업현장선 "하늘의 별따기'

A 부품업체 사장은 “정부에 전화 문의를 했더니 사업 중요도를 볼 때 안 될 것 같다는 답을 듣고 자가격리 면제 신청을 아예 포기했다”면서 “매출 수백억원대인 우리도 문턱 넘기가 어려운데 우리보다 작은 기업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해외 매출을 공격적으로 잡았으나 코로나19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신규 제품 샘플 테스트 요구가 많았지만 대응하지 못하면서 기존 30%대이던 해외 매출 비중이 10% 아래로 떨어졌다.


일반 소비자가 아닌 해외 기업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사업하는 기업은 더 큰 어려움을 호소한다. 온라인 영상회의로는 기술 설명이나 협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로 솔루션 수출 계약을 한 B사도 지난달 시험 운영 테스트를 위해 출장길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측의 입국 승인이 언제 또 취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가격리 면제 프로그램 승인이 이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출장은 다녀왔지만 한국에 오자마자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2주 이상을 후속 대응하지 못했다.

이 회사 대표는 “중소기업 인력 현황이 뻔한 상황에서 마냥 대기하며 기다릴 수도 없고, 2주간 격리하면 업무 공백이 엄청나게 발생한다”면서 “자가격리 면제까진 아니더라도 격리 기간을 2∼3일로 단축해 주면 부담이 크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수출 중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응답 기업의 71%(복수 응답 가능)가 해외 출장에 따른 가장 큰 어려움으로 2주간의 자가격리를 지목했다. 특히 올해 중소기업 84%는 해외 출장을 아예 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중기중앙회 측은 이 같은 업계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정부 부처 및 방역 당국과 공유하며 격리 단축·면제를 건의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밀려드는 신청 수요에는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지난 반년간 7000여명에게 격리면제를 발급했다”라며 “기업인의 애로, 제도개선 요구 등을 지속적으로 보건당국에 전달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