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쟁도구로 전락한 재난지원금

[사설]정쟁도구로 전락한 재난지원금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보편적으로 지원하면 돈을 쓰기 위해 철부지처럼 몰려다니리라 생각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유력한 대선 후보 주자까지 재난지원금 논쟁에 가세했다. 이보다 앞서 지원금 방식을 놓고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당, 야당, 정부 입장도 제각각이다. 심지어 같은 당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1차 재난지원금 지원 때와 같이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전 국민 지급이 '선거용'이라고 비판하면서 절박한 곳에 집중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여당 방침에 선을 그었다.

재난지원금이 다시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 수단으로 전락했다. 본질보다는 곁가지로 흐르고 있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으면 논의 자체가 '산'으로 가게 된다. 지원금은 말 그대로 코로나19로 타격이 심한 계층을 돕자는 취지다. 피해 규모가 심한 계층에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지는 게 상식이다. 이 때문에 큰 문제 없이 2·3차 지원금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쪽에 집중했다. 물론 1차 때는 모든 국민이 대상이었다. 당시는 코로나19로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사회 분위기 전반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동기 부여가 필요했다.

1차를 제외하고는 취약계층에 집중하자는 공감대가 마련됐다. 지급 방식을 재논의하는 건 무의미하다. 오히려 재난지원금 효과를 따져 보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 3차에 걸쳐 지원금이 지급됐다. 지난해 4월부터 3개월에 한 번꼴이었다. 1차 14조3000억원을 시작으로 2차 7조8000억원, 3차 9조3000억원이 추경으로 편성됐다. 30조원이 넘는 규모다. 결과적으로 경제를 살리는 불씨 역할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도움도 되지 못했다. 정부 생색내기로 끝났다. 예산을 나눠주기는 쉽다. 그러나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정부 재정도 예외일 수 없다. 3차까지 지원한 상황에서 이제는 이를 기반으로 과학적이며 건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 방안에 몰두해야 한다. 재난지원금을 원점에서 다시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