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전 대통령 사면 지금은 말 할 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병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향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고민을 해야 할 시기가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법무부와 검찰 갈등에 대해서는 검찰개혁을 위한 두 조직 간 원만한 협력을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두 전직 대통령이 수감된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다. 두 분 다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다. 그래도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전직 대통령 사면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온 첫 질문이다. 앞서 정치권에서 사면론이 거론되기 시작했고, 지난 14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에 대한 대법원 최종판결이 나온 후 관련 논란이 커진 것이 배경이다.

사안이 민감했던 만큼 문 대통령 역시 고심의 내색을 비쳤다. “사면 문제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솔직히 제 생각을 얘기하기로 했다”며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그렇게 말 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본다.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사면은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고 부정 입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사면 전제조건으로는 '국민 공감'과 '시기의 적정성'을 언급했다. 특히 국민 공감이 없는 사면은 또 다시 국민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며 오히려 통합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 “국정농단이 사실로 확인됐고 재판이 이제 막 끝났다”며 대법원 판결 직후 바로 사면을 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추후 재차 논의 가능성의 여지는 열어뒀다. “전임 대통령을 지지하셨던 분들도 많고, 그분들은 지금 상황을 많이 안타까워 할 것”이라며 “언젠가 때가 오면 이런 아픔도 다 아우르는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전직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사면을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한명숙 전 총리나 두 전직 대통령 모두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과 사면권은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결국 사면권도 국민들도부터 위임을 받은 것으로, 아직까지는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신년사에서 '포용'을 강조한 배경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는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한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4차 재난지원금 논의에 대해서는 올해 예산 집행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추경 논의는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일상과 경제를 빠르게 회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회복 넘어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해 포용을 강조했었다”며 “이점에 각별히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