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들, 대규모 인력 채용 러시...반도체 호황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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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설비투자 189억달러…中보다 많아
어플라이드, 신입공채만 세 자릿수 규모
ASML·램리서치도 연구직 충원 잰걸음
업계, 국내 인력풀 외국계 쏠림현상 우려

반도체 장비업계가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섰다.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필요한 인력이 늘어나자 신입과 경력 등을 가리지 않고 충원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채용은 한국 내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를 중심으로 불이 붙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대규모 하드웨어 엔지니어(CE〃Customer Engineer) 신입 공개 채용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4월까지 화학기계연마장비(CMP), 공정진단계측장비(PDC), 식각장비(ETCH)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 자릿수 신입을 뽑을 예정이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는 장비 구동을 위한 설치와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한다. 장비 고객사,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이 있는 화성과 평택, 이천이 주 근무지다.

세 자릿수 신입 채용은 상당한 규모다. 이 회사가 지난 3년간 한국서 뽑은 인력은 800명이었고, 올해 신입 채용 규모도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그 만큼 일손이 필요해서다. 어플라이드는 지난해 말 공정엔지니어(PSE) 신입 공채를 진행한 바 있는데, 곧바로 또 대규모 채용에 나서 주목된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에는 현재 18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들, 대규모 인력 채용 러시...반도체 호황 대응

극자외선(EUV) 노광기로 유명한 ASML도 채용을 시작했다. 회사는 22일까지 EUV 설치 엔지니어, 고객지원 엔지니어 등 경력직을 뽑고 3월에는 신입 채용에 나선다. 경력과 신입을 합쳐 두 자릿수 정도 인력을 뽑을 계획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기를 공급한다. EUV는 기존 공정(ArF) 대비 빛 파장의 길이가 10분의 1 미만 수준으로 짧아,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EUV 노광기는 대당 1500억원이 넘는 고가지만 파운드리와 메모리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ASML코리아는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에 설치된 노광 장비 성능 유지를 위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인력이 늘어 현재 1400명이 근무하고 있다.

ASML EUV 노광 장비.
ASML EUV 노광 장비.

세계 3대 반도체 장비업체로 꼽히는 미국 램리서치는 연구개발(R&D)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에 나섰다. 이르면 올 연말 개소 예정인 한국 R&D센터 '램리서치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에서 근무할 석박사급 엔지니어를 뽑고 있다. 회사는 또 필드 프로세스 엔지니어, 필드 서비스 엔지니어, 생산 엔지니어, 지역 제품 지원 엔지니어 등 고객 지원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다수 채용하고 있다.

램리서치는 한국에 판매법인(램리서치코리아)과 제조법인(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를 두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한국에 R&D센터를 두기로 결정했다. 2019년 9월 경기도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경기도 용인에 캠퍼스 형태의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개소에 앞서 본격적인 인력 충원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9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티모시 M. 아처 램리서치 CEO가 MOU 후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2019년 9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티모시 M. 아처 램리서치 CEO가 MOU 후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이 같은 움직임은 호황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 경기가 반영된 것이다.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 위한 설비투자가 잇따르면서 장비업체들은 늘어나는 수요 대응을 위해 인력을 확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반도체 설비투자액 전망치는 189억달러로, 중국(168억달러), 대만(156억달러)보다 많다.

반도체 호황은 실제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긍정적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한국고용정보원과 분석한 '2021년 상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반도체 업종 일자리는 수요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4000명)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인력풀이 넓지 않은 상황이어서 인력 부족과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국내 장비업체 대표는 “대형 외국계 장비사로 인력이 몰릴 경우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