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 카카오 출신 창업자와 최고경영자(CEO)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양준규 컬쳐히어로 대표,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카카오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도전 분야는 카카오 경험을 살려 오프라인 서비스를 '디지털전환(DX)'하는 쪽에 집중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2011년 카카오에 입사해 '카카오톡' 성공에 한몫했다. 2014년 다음과의 합병 과정에서도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설립한 두나무는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 카카오로부터 잇따라 투자 지원을 받았다. 두나무는 2017년 10월 디지털자산(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출시하고 2개월 뒤 카카오 공동대표를 지낸 이석우 대표를 CEO로 영입했다. 업비트는 최근 암호화폐 하루 거래량 8조원을 돌파, 독보적인 거래 실적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카카오 재직 시절 활발히 운영되던 사내 중고거래장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판교장터'를 출시했다. 2015년에 설립된 당근마켓은 '판교장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카카오 본사가 위치한 판교지역 IT 분야 직장인에 특화한 중고거래 앱으로 출발했다. 이후 전국의 동네 주민들이 중고거래를 넘어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위치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 기준 전국 6577개 지역에서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1450만명을 돌파, 중고거래 플랫폼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누적가입자수도 2000만명을 넘었다.
양준규 컬쳐히어로 대표는 LG CNS 출신으로, 카카오로 이직해 카카오스토리 콘텐츠 기획을 담당했다. 요리에 소질이 있는 양 대표의 배우자가 요리 레시피 콘텐츠를 제공, 카카오 스토리 구독률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양 대표는 2016년에 퇴사해 컬쳐히어로를 설립하고 요리 레시피 앱 '아내의식탁'을 출시했다. '아내의식탁'은 5년 만에 400만 유저가 선택한 한국 대표 푸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난달에는 앱 리뉴얼과 함께 명칭을 '우리의식탁'으로 변경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변화한 고객의 니즈를 분석, 전 연령층을 타깃으로 세분화된 요리 콘텐츠를 공유한다.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는 카카오에서 신규 비즈니스 모델로 '청소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를 준비하다 2017년 생활연구소를 설립, 홈클리닝 서비스 앱 '청소연구소'를 출시했다. 30~40대 워킹맘 중심으로 아이를 기르는 전업주부와 1인 가구에서 입소문을 타며 4년 만에 앱 다운로드 150만명을 기록했다. 가입 고객이 70만명, 청소매니저가 2만7000명에 이른다. 월 평균 20% 성장, 국내 홈클리닝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카카오 출신 CEO가 여러 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기풍 마카롱팩토리 대표, 박차진 타임트리 공동대표, 김성용 남의집 대표, 심경진 운칠기삼 공동대표, 이정균 라이브하이브 대표, 이참솔 리턴제로 대표, 정욱 미니스쿨 대표 등도 카카오 출신이다. 배우자 정연미 대표와 함께 패브릭타임을 창업한 이우석 최고기술책임자(CTO)도 대표적인 카카오 출신이다. 업계 관련자는 17일 “2000년대 삼성, 삼보 등 대기업 출신 제조업 창업자가 다수였다면 이제는 카카오 같은 온라인 벤처 출신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