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스마트시대 이미 정점을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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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포럼]스마트시대 이미 정점을 지났다

지난 6개월 동안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새롭게 깐 앱(APP)이 있는가. 2015년 이후 중국에서 1억명 이상이 이용하는 새로운 앱이 탄생하지 않았다. 1억명 이상 쓰는 앱은 전부 201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앱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2015년 이후 1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신규 앱은 나오지 않았다.

왜 그럴까.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스마트 라이프스타일과 스마트 워크스타일은 모두 2009년 아이폰이 들어온 이후 초기 5~6년에 걸쳐서 나왔다. 즉 2010년 초반에 스마트 시대의 메인 도로가 이미 다 완성된 것이다. 그 이후에 탄생한 앱은 메인도로에 연결된 지류들이다. 2015년 이후 IT 업계가 한 일은 모두 메인 도로를 확장해 주는 일을 한 셈이다.

2010년대 초 한국핀테크산업협회를 창립하면서 만난 젊은 사업가들이 당시 아이디어를 낸 핀테크 서비스로 금융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핀테크 서비스는 모두 2015년 이전에 탄생한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만든 스마트 라이프스타일과 워크스타일 속에서 일상을 살고 있고, 없으면 못살 것 같지만 스마트 시대의 영광은 정점을 지나고 있다.

스마트 시대 위에 훨씬 더 큰 새로운 대륙이 퇴적되고 있다. 영원할 것 같지만 IT 업계에 10년마다 새로운 대륙이 탄생해 왔다. 새로운 대륙 탄생 초반에 삶을 바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워크스타일 깃대를 꽂은 사람은 자신의 제국을 건설했다. 스마트 대륙 제국이 최근 천문학적인 부를 드러내며 한창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웹케시는 IT 신대륙을 세 번 경험했고, 이제 네 번째 신대륙을 맞고 있다. 웹케시 도메인이 금융이다. 즉 돈을 주고받는 일이다. 금융을 IT와 접목해서 새로운 금융 거래하는 방식을 제공하는 것이 미션이다. 1990년대 PC대륙 시대에 은행에서 그 일을 했다. 펌뱅킹, 교통카드, 연계계좌 등 새로운 전자금융이 그때 탄생했다. 이 서비스는 지금도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 주고 있다. 2000년대 인터넷대륙 시대에는 웹케시를 설립해 그 일을 했다. 인터넷뱅킹, 편의점 ATM, 가상계좌, 기업자금관리서비스, 공공자금관리서비스 등 수많은 인터넷 금융을 시장에 선보였다.

2010년대 스마트폰 대륙 시대에는 새 대륙이 기회이지만 위기라는 것을 실감했다. 젊은 사업가는 간편결제 등 B2C 핀테크 시장을 차지했다. 웹케시그룹은 B2B 핀테크에 집중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 금융 오픈 플랫폼, 중소기업 경리나라, 비플 경비관리 등 수많은 핀테크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였다. 개인적으로 2015년 말 국내 처음으로 구현한 'NH농협 금융오픈 API 플랫폼'이 돈은 못 벌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 금융을 금융 당국 주도로 개방할 수 있는 용기와 확신을 준 프로젝트였다.

마지막으로 2020년대 엄청난 기회가 몰려오고 있다. PC 대륙보다 인터넷 대륙, 인터넷 대륙보다 스마트 대륙이 훨씬 광활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신대륙은 스마트 대륙보다 훨씬 광활할 것이다. 2020년대 신대륙이 무엇인지 이야기하지 않아도 모두 알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새로운 제국이 탄생할지 기대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전 대륙에서 제국을 건설한 기업 가운데 신대륙에서 제국을 건설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가진 자보다 가지지 않은 자가 더 유리하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제로페이(QR결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제로페이는 2010년 초반에 이미 나왔어야 한 서비스다. 외국에서는 모두 그랬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카드에 갇혀 있어서 2018년 12월에야 시장에 나왔다. 그것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도움이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제로페이 스마트 시대의 마지막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어려울 때 자기 확신을 위해 함께 일하는 사람과 이런 이야기를 한다. “10년 후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몇 %가 지갑에 플라스틱 카드를 넣고 다닐까.”

윤완수 웹케시그룹 부회장 yoonws@webcas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