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 생산해 포드·GM 줄 것"...인텔의 승부수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사진=인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사진=인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나섰다.
 
로이터 통신은 12일(현지시간) 인텔이 전 세계를 강타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완화하기 위해 직접 자동차용 칩을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목표는 6~9개월 안에 실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라며 "인텔 자체 생산시설 안에서 칩을 제조하기 위해 차량용 반도체 설계 업체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겔싱어 CEO에 따르면 기존 공정에 새로운 제품을 추가하는 데는 약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핵심 공급업체들과 협력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터뷰는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 회의' 직후 진행됐다. 회의에는 인텔을 비롯해 반도체, 자동차 등 19개 글로벌 기업이 참석했다. 겔싱어 CEO는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관료들에게 "미국 포드·제너럴모터스(GM)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인텔 공장을 외부 설계 업체에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공급업체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겔싱어 CEO는 칩 생산이 △미국 오리건 △애리조나 △뉴멕시코 △이스라엘 △아일랜드에 있는 인텔 공장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車반도체 생산해 포드·GM 줄 것"...인텔의 승부수

업계는 이번 발표가 '반도체 화상 회의'에 대한 반응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는 기다리지 않는다"며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올려 보이며 "반도체는 인프라다. 우리는 어제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반도체 등 공급망을 재검토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의 80% 이상이 대만 TSMC, 삼성전자 등 아시아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인텔은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에 200억달러(약 22조6000억원)를 투자해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파운드리 사업에 공식 진출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세계 최대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업체인 인텔이 다른 설계 회사의 칩을 대신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겔싱어 CEO는 사업 진출 배경으로 '파운드리 수급 불균형'을 꼽았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일맥상통한다. 업계는 인텔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 결정 또한 미국 반도체 자립화를 강조한 바이든 정부에 대한 즉각 반응이라는 분석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