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의 실험, 2023년 '무학과'로 40명 선발 추진

서울대 공대의 실험, 2023년 '무학과'로 40명 선발 추진

서울대 공대가 2023학년도 신입생 대상으로 무학과 신설을 추진한다. 서울대 공대 복수 학과가 참여해 40여명 규모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1학기 수업 후 본인의 전공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분야 인재 양성 등 사회·산업적 요구가 많은 인기 학과 중심으로 무학과를 도입했다. 서울대 공대가 앞장서서 교육 과정의 유연성 극대화 실험에 나선 셈이다.

13일 서울대에 따르면 오는 2023학년도 신입생 대상으로 무학과 신설을 추진한다. 참여하는 학과는 공대 산업공학과, 전기정보공학부, 컴퓨터공학부, 항공우주공학과, 화학생물공학부 등 5개 학과·학부다. 이들 5개 학과·학부는 내부 정원을 조정, 40여명의 신입생을 모집한다.

학생들은 1학기에 공통교양 등의 수업을 듣고, 2학기에는 5개 학과가 마련한 전공 관련 수업을 들으며 전공 탐색 시간을 갖는다. 학과 간 융합 교육과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전공 정보 및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다. 학생은 5개 전공 가운데 하나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다.

그동안 인문대학 등에서 학부제나 단과대 차원에서 전공을 지정하지 않는 광역 모집을 한 사례는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과기대에서 무학과·무전공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종합대학에서 공대의 주요 학과들이 참여해서 무학과를 꾸린 것은 드문 사례다. 광역 학부제 도입의 경우 학과 간 합의가 어렵고, 일부 학과에서 '전공 쏠림'이 나타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서울대 공대는 이러한 전공 쏠림도 유연한 학사 과정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학과 정원도 따로 정하지 않았다. 서울대 공대 관계자는 “만약 40명이 단 하나의 학과에만 몰려도 좋다”면서 “40명을 시작으로 정원의 유연성을 차츰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융합 학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컴퓨터공학부 등 첨단 학과 정원은 수도권 규제에 묶여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 내부에서도 학과 간 이기주의, 교수들의 이견으로 인해 학과 통폐합이나 정원 재분배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대 공대는 첨단 학과 증원에 공감하는 5개 학과가 참여, 먼저 변화를 시도한다는 취지다. 대학 내부에서 자연스러운 경쟁을 유도하면서 산업 요구가 많은 학과로 인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차국헌 서울대 공대 학장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첨단 학과의 인원 조정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공대가 솔선수범해서 학과 정원 변화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