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대면 바우처 '교각살우' 안 된다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이 기로에 섰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사업의 전면 재검토까지 포함한 개편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살펴 사업 방향 전반을 재설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필요성이 커진 전통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핵심 사업의 하나다. 지난해 8만개에 이어 올해 6만개 중소기업에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중소기업이 10%를 부담하고 최대 400만원의 정부 자금이 지원된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 일환으로 비대면 경제 활성화를 통한 중소기업의 재택 및 원격근무 확산과 초기수요 창출을 역점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올해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가 중점 사업으로 담겨 있는 이유다.

그러나 중기부는 관련 사업을 '기획 실패'로 단정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 부처 입장이 조삼모사로 비친다.

물론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부정수급 등 문제의 원천 차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부정수급 문제가 불거진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부정행위가 확인된 공급 기업은 7개사이고, 의심 사례는 2건이다. 사회복지 서비스 등 다른 바우처 사업과 비교해 문제가 월등히 많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은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에 미치는 순기능이 적지 않다. 공급기업은 매출 확대는 물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수요기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디지털 전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중기부의 전면 재검토 방침이 사업의 대폭 축소로 연결되면 안 된다. 부정수급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관리·감독 방안 강화가 더 낫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디지털 전환의 들꽃을 꺾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