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콘텐츠 분야는 2000년 3월 시행된 현행 '(통합)방송법', 2008년 2월 시행된 '인터넷멀티미어방송사업법(IPTV법)', 1999년 5월 시행된 '문화산업진흥기본법', 2002년 1월 제정 후 2010년 6월 전부개정된 '콘텐츠산업진흥법', 2006년 4월에 제정되고 10월에 시행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2022년 6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정의 규정을 신설한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분산 규정돼 있다.
그런데 현행 미디어 관련 법제는 전통 미디어(레거시 미디어) 시대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OTT 등 방송영상과 인터넷 네트워크 융합형 미디어의 등장과 그에 따른 콘텐츠 제작·공급의 다양화 등 빠른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를 반영하고 미래지향적 법·제도 개선 차원에서 현행 방송영상미디어 관련 법제를 포괄·종합해 새롭게 정비한 '통합미디어법제'를 조속히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들어 일부 국회의원들이 통합미디어법제 마련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된 통합미디어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칭)미디어콘텐츠부'를 신설해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등 3개 부처에서 각각 소관 업무라고 주장하는 미디어·OTT 정책을 통합 관장하도록 하고, 현재의 '방미통위'는 '(가칭)공공미디어위원회'로 재편하는 정부조직 개편이 전제돼야할 것이다.
지금처럼 3개 부처가 각각 미디어 정책을 분산·관장하고 있는 상태에서 부처별로 통합미디어법제를 추진한다면 부처 간 이해 대립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예전에도 과기정통부, 방미통위, 문체부 등 정부 관련 부처와 국회의원들이 각각 통합미디어법제 마련을 위한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3개 부처간 미디어정책 주도권 싸움으로 인해 진지한 결실을 얻을 수 없었다.
2020~2021년 당시 각 부처가 '통합미디어법안'을 마련한다고 연구반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방통위(현 방미통위)는 '(가칭)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안'으로, 과기정통부는 '(가칭)디지털미디어서비스법안'으로, 문체부는 '영상진흥기본법전부개정법률안'으로 추진했지만 유야무야 끝났던 사실이 이를 방증해 주고 있다.
미디어·콘텐츠 진흥 정책 전담기관 내지 일원화한다는 전제 하에 방송·영상, 콘텐츠, OTT 등에 대한 정의 규정 및 플랫폼 체계 재정비, 방송·영상분야의 제작·편성·광고의 규제 혁신, 신·구 유형의 매체 간 비대칭적 규제 해소, 미디어 플랫폼 및 콘텐츠 진흥, 이용자 보호, 공정거래 등에 대한 법·제도 개선을 담은 '통합미디어법제' 마련을 추진해야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부처 간 분쟁을 피하기 위해 3개 부처에 분산된 미디어법제를 하나의 법률 안에 기계적으로 끌어 모아 놓는 것에 불과하다면, 각 부처가 현행과 같이 유사·중복적 업무와 가능을 각각 관장하는 기존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해 실질적 의미의 통합미디어법제라고 할 수 없다.
한마디로 실효성 없는 이름뿐인 통합미디어법제에 불과하고, 하나마나한 한 지붕 세 가족형 법제 통합이라는 비판만 불러 올 것이다.
통합미디어법제를 제정하기 위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혁신적인 논의기구가 필요하다.
여야가 참여하는 국회 특별위원회 설치로 논의구조를 만들면 사소한 의제에도 정파적·정략적 이해 대립이 발생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아울러 국회의원이 개별적으로 통합미디어법제 형식으로 법안을 제출 할 수는 있으나 조직개편 등과는 거리를 두고 특정 부처 중심으로 미디어정책 소관 몰아주기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실효성 있는 성과를 도출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또 미디어 정책의 주도권 다툼이 심한 세 부처 소속 공무원들이 논의기구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배제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부처 이기주의로 분쟁과 혼란만 야기할 소지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나 국회의원의 사감(私感)이 개입할 여지는 철저히 배제하고, 한국의 미디어산업 발전과 미디어의 공적 책무를 구현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법·제도 개선을 담은 통합미디어법제 마련을 위한 논의기구 설치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김대중 정부 때의 '방송개혁위원회'나 노무현 정부 때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와 같이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인 '국무총리 직속의 민·관 합동 위원회((가칭)미디어발전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하고, 관련 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집중적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통해 통합미디어법제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안정상 한국OTT포럼 회장·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runjs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