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기의 디지털경제]플랫폼기업과 승자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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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산업화시대 비즈니스 모델은 인적, 물적자원과 지적자산을 투입해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과정의 최적화를 통해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효율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경영의 핵심이었고 특정 분야의 생산시설과 공급망을 독점한 기업은 가장 높은 수준의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었다.

인터넷의 보급 확대, 컴퓨터의 연산능력 향상 그리고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만들어낸 디지털경제는 참여자의 숫자가 늘수록 참여자 모두의 효용이 증대되는 '네트워크효과(Network effect)'에 기반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을 가능케 했다. 플랫폼은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만들었고, 기업의 가치 창출 기반은 자체 생산시설과 공급망을 넘어서 산업 생태계 전체로 확대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운송회사로 차량을 한 대도 보유하지 않은 우버와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제공기업이지만 한 채의 숙박시설도 보유하지 않은 에어비앤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플랫폼은 생산시설과 공급망의 구축 없이도 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자와 이용자의 연결을 통해 '규모의 경제' 구현을 가능케 했다.

플랫폼의 출현은 기업을 생산의 중심에서 교환의 중심으로 변화시켰다. 디지털경제에서는 어떠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결정된다. 산업화시대 스탠더드오일과 AT&T 같은 독점기업은 생산 측면의 '규모의 경제'를 통해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지만, 디지털경제의 플랫폼기업은 더 큰 효용을 제공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옮겨가는 '네트워크효과'를 통해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였다.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과정은 다르지만 거대 플랫폼기업들도 산업화시대 독점기업과 유사하게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플랫폼 참여기업에 일방적 계약관계를 요구하면서 '승자독식(Winner-take-all)'으로 표현되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기업의 시장 독점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각국의 정부들은 경쟁법을 통해 플랫폼기업의 반경쟁적 행위를 규제하고 있고, 현재도 구글에 대한 EU,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소송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산업화시대의 시장질서에 기초한 기존의 경쟁법을 통한 규제로는 플랫폼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통한 반경쟁행위에 대한 효과적 규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 차원에서도 '승자독식'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아마존에서 제품을 철수하고 자신의 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나이키 사례와 같이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D2C(Direct to Customer) 전략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D2C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접근이 가능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소수의 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에 대한 플랫폼의 영향력은 계속 증대되고 있다.

플랫폼기업은 디지털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규제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 유통망을 구축할 수 없는 중소기업, 창업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에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 통로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하면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승자독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결국 '승자독식' 문제는 경쟁활성화를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하다. 역동적 시장에서는 영원한 승자가 존재하지 않고, 모든 참여자는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일시적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게 된다. 거대 플랫폼의 특정 시장 독점이 불가능하도록 사업영역이 다른 플랫폼 간의 경쟁을 촉진하고, 혁신적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한 새로운 플랫폼이 시장에 쉽게 진입해 기존의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이루어지면 플랫폼을 통한 혁신은 증대되고 폐해는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wonki.min@suny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