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벤처붐 확산 과제]부처별 인허가 제각각…융·복합 기술 성장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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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규제 홍수'에 갇힌 신산업
AR·VR 등급 분류·KC인증 '첩첩산중'
원격진료·AI 의료기기 '이중규제' 시름
신사업 특화 거버넌스 체계 구축 필요

20년 만에 '제2 벤처 붐'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벤처업계는 신사업 모델 규제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벤처생태계가 확산하기 위해선 융합형 신산업에 대한 '규제 족쇄'를 과감히 풀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벤처업계에 따르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원격의료 등 신사업 모델 규제가 혁신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비대면 시대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AR·VR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산하 여러 기관에서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여러 정책과 규제 장벽에 부닥치다 보니 성장은 기대보다 더디다. 원격진료나 데이터 공유는 계속되는 강력한 규제로 국내에선 사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코리아 VR 페스티벌에서 한 연구원이 고정밀 증강현실(AR)시스템 기반 영상유도수술 소프트웨어 시연을 하고 있다.
<코리아 VR 페스티벌에서 한 연구원이 고정밀 증강현실(AR)시스템 기반 영상유도수술 소프트웨어 시연을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실감형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대표 융·복합 기술이어서 규제도 제각각이다. AR·VR 서비스 인허가를 받기 위해선 콘텐츠 등급 분류는 기본이고 저작권·안정성 검사, 전자파 적합성 평가, KC인증 등을 부처별로 따로 받아야 한다. 업계 전문가는 11일 “기존 규제체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발전의 흐름에 맞추지 못하면 시장 형성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크다”면서 “기술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적시 출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포괄적으로 검토, 관리할 수 있는 신사업 특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벤처업계는 AR·VR 산업 진흥을 위해 범정부 '실감콘텐츠 법·제도 개선 협의체' 구성을 제안, 사안별로 이슈 상황을 점검하고 주기적으로 보완해 나갈 수 있도록 롤링 플랜 방식으로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격의료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필요성이 증대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현행 의료법상 원격의료는 의사와 의료인 간 의료 지식이나 기술 지원에 한해서만 허용되고, 의사와 환자 간 진단·처방 등 의료 행위는 금지돼 있다. 일본은 원격진료는 물론 원격조제까지 단계적으로 빠르게 허용하고 있다. 업계는 지금이라도 선제적 원격의료 시법사업을 실시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의약품 원격조제 도입을 위해 '규제특구' 선정도 개선책으로 내놓았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도 규제로 발이 묶였다. AI 기술 기반 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로 품목허가를 받더라도 이를 의료기기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다시 보건복지부 위임을 받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야만 한다. 판매 허가 이중 규제다. 이외에 전자의무기록(EMR) 등 보건의료데이터를 플랫폼 사업자에 저장해 두고 필요 시 의료기관에 데이터를 공유하는 서비스도 국내에서는 할 수 없다. 미국 스타트업 '휴먼 API'는 이미 이 같은 서비스로 맞춤형 주치의 서비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 국내 벤처기업인 삼성벤처투자가 이 회사에 투자, 주목받기도 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이보다 앞서 지난 2019년 '규제개혁을 위한 10대 과제'도 공개했지만 지난 2년 넘게 진척된 사안이 없다. 협회는 당시 업계 의견을 종합해 △규제개혁 예산 책정 △규제개혁위원회를 공정거래위원회 수준의 실질적 규제개혁 부처로 승격 △각종 진흥법 폐기 △규제 총영향평가 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았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장은 “규제개혁 10대 과제는 단번에 모두 승인되기 어렵다 하더라도 중장기로 체계적인 계획 아래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면서 “벤처기업의 성장이 곧 국가 혁신성장 지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규제 혁파에 꾸물댈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