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열풍 '로블록스'…성희롱·욕설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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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미만 이용자 67%…여과 없이 노출
잘못된 인식·트라우마 등 악영향 우려
건전한 생태계 조성 법 체계 마련 시급

메타버스 열풍 '로블록스'…성희롱·욕설 '역풍'

메타버스 열풍을 타고 '로블록스'에 낯 뜨거운 게임이 범람, 주 이용층인 16세 미만 청소년·어린이에게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국내 이용자가 상당하지만 국내법으로는 이를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어 미국 로블록스 본사의 조치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불건전 콘텐츠 유통 측면을 넘어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새로운 공간에서 이용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할 종합적인 법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로블록스에서 만들어진 유해 게임이 국내에 여과 없이 유입되고 있다. 성관계를 다룬 게임과 집단 따돌림, 욕설, '일진 놀이' 등 일탈을 부추기는 게임을 비롯해 저연령층 이용자에게 성희롱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온라인데이팅까지 난무하고 있다. 극우·신나치주의와 관련된 게임도 제작돼 일제 욱일기 아이템 등이 비판 의식 없이 노출되는 등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로블록스 주 이용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국내 통계자료는 없지만 로블록스 상장신고서를 보면 일일 이용자 가운데 16세 미만이 6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블록스가 국내에서 구글 매출 10위권에 자리 잡고 인기순위도 20~30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등 우리나라에도 이용자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로블록스는 지난 2019년부터 홈페이지와 클라이언트를 한글로 제공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한국어 자동번역 기능을 제공,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도 대부분 기능과 게임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메타버스 열풍 '로블록스'…성희롱·욕설 '역풍'

로블록스는 요즘 어린이에게 단순한 게임 이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가상의 나'가 테마파크에 들어가서 역할극을 수행하는 것이라면 로블록스는 '현실의 나'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소통 공간이 가상 세계이며, 아바타로 표현될 뿐이다. 다른 사람이 창조한 세계(게임)에 들어가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과 프라이빗 룸을 만드는 소셜미디어(SNS) 기능도 있다.


올바른 정서와 가치관이 정립되기도 전인 어린 시절에 그릇된 콘텐츠를 접하면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으며, 잘못된 인식이 고착될 위험성도 있다. 불건전 게임이 우리 어린이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국내법으로는 이를 제지할 수단이 없다. 로블록스는 미국 어린이온라인사생활보호법(COPPA)의 영향을 받는다.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를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국에서 자체 등급분류를 받았지만 이는 로블록스 앱에 대한 분류다. 로블록스 내 게임에 대해서는 관할권이 명확하지 않다.

국내법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로블록스의 사후 검열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로블록스에 등록된 게임은 5000만개가 넘는다. 로블록스가 신고 기능을 운영하고 있지만 불건전 콘텐츠를 모두 적발하기는 무리다. 신고 이후에도 처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해당 계정이 정지되면 부계정을 만들어서 게임을 양산할 수 있다. 계정만 정지 처리할 뿐 문제 있는 모델링은 삭제하지 않아 영구 정지된 이용자의 음란 모델링을 여전히 스튜디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과거 선정성이 가득한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 기반 게임이 나왔을 때 법적 관할을 두고 혼란이 있었으나 정리되지 못했다”면서 “가상세계와 2차 창작물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 및 검토를 바탕으로 법적인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