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쇼핑 송출수수료 인상에 따른 사업자 간 갈등 해소를 위해 구체적 수수료 산정 기준을 제시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송출수수료 적정 총액을 정하고 이를 토대로 수수료를 분배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 경우 홈쇼핑사는 재무적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유료방송사업자는 자칫 시장 경쟁을 왜곡하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미디어정책학회와 한국방송학회는 20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유료방송 생태계 내 합리적 거래 환경 조성 방안' 특별 세미나를 열었다. 주제 발표를 맡은 김정현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면밀한 실증분석과 사업자 간 합의를 통해 도출된 송출수수료 산정 방안은 거래당사자의 예측 가능한 경영지표 확립, 계약 과정의 합리성·투명성·공정성의 원칙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주한 연구용역을 토대로 제시한 송출수수료 산정 방안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먼저 전체 홈쇼핑 사업자가 그 해 전체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적정 송출수수료 총액을 정한다. 총액은 홈쇼핑사 순증이익의 50%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송출수수료 상한제 도입으로, 연구에서는 내쉬협상모형을 통해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송출수수료 총액이 결정되면 홈쇼핑사들은 자체적으로 협의와 경매를 통해 방송 채널을 배정하고 분담금을 결정한다. 유료방송사업자는 고정된 송출수수료 총액에서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에 따라 각자의 몫을 배분 받는다. 이를 통해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 간의 직접적 협상 없이도 합리적 송출수수료 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유료방송 생태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송출수수료가 정상 범주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정책 활동이 필요하다”면서 “이 경우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지표를 활용해 마련된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했다.
홈쇼핑사가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 내는 송출수수료는 최근 5년간 연평균 39.1% 급등했다. 홈쇼핑은 2019년 방송 매출 3조7119억원 중 절반에 달하는 1조8394억원을 송출수수료로 지불했다. 이는 판매수수료 인상으로 전가됐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유료방송시장의 성장 정체와 서비스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홈쇼핑 업계는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해당 기준대로라면 송출수수료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수수료가 경감되는 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도출한 2019년 송출수수료 적정 총액은 약 1조3000억원으로 실제 홈쇼핑사들이 지불한 수수료(1조8394억원)보다 5000억원가량 낮다. 수수료 인상폭도 연구대로라면 3%포인트(P) 이상 낮출 수 있다.
다만 이날 참석한 유료방송사업자들은 홈쇼핑 송출수수료 상한 설정 시 채널 거래를 경직시키고 시장에는 왜곡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출수수료가 방송 플랫폼 가입자 규모와 구매력에 영향을 받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흥석 한국IPTV방송협회 센터장은 “송출수수료 상한제는 사적자치 침해일 뿐만 아니라 선호채널에 다른 홈쇼핑 사업자 진입을 원천봉쇄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며 “플랫폼의 부당한 인상 요구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개입하는 사후규제 방식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홈쇼핑 송출수수료 증가는 유료방송 가입자의 꾸준한 성장, 홈쇼핑 매출 증대와 영업이익 개선과 동시에 이뤄진 것”이라며 “특히 TV홈쇼핑·T커머스 등 17개 사업자 간 매출과 상관관계가 높은 선호채널 진입 경쟁이 발생해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