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창업은 20대 전유물인가

스타트업에 도전하기 가장 좋은 나이는 언제일까.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생애 최초로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생애 최초' 창업자만을 대상으로 하되 만29세 이하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창업은 이미 했지만 1년이 지나지 않은 기업도 지원할 수 있다. 이 또한 대표자가 20대여야만 한다.

중기부가 이 같은 정책을 내놓은 배경은 청년 창업을 활성화, '제2 벤처 붐'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씨앗을 많이 뿌려서 창업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들겠다는 접근이다. 그러나 30~40대에도 생애 첫 창업에 나설 수 있고, 10대도 가능한 것이 스타트업이다. 나이 제한이 나이 차별로 느껴진다는 불만도 있다. 20대 성난 청년의 민심 달래기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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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따르면 설립 후 첫 5년 동안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상위 0.1% 기업의 창업가 연령은 평균 만 45세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피에르 아줄레 교수가 미국 창업가 270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평균 나이는 42세였다. 상위 1%의 성공 기업만 놓고 보면 평균 나이는 45세를 넘는다. 이들 성공 창업가는 자신이 세운 기업과 비슷한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그 분야에서 경험이 오래될수록 성공 확률이 높았다.

일부 전문가는 1990년대 후반의 '닷컴 버블' 당시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대 청년들이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정부 입맛에 맞춘 아이템에 국한해서 도전하고, 경험 부재로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지도 못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오로지 아이디어 상태에서 창업 전선에 뛰어든다.

정부가 심각해진 청년 실업난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청년 창업을 장려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나이보다는 우수한 창업기업을 늘리기 위한 지원책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 실패 이후 가능성을 인정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20여년 전 닷컴 버블의 아픈 기억이 청년층 중심으로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