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기의 디지털경제]세계 최고의 창업국가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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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2009년 댄 세노르(Dan Senor)와 사울 싱어(Saul Singer)는 나스닥 상장기업 수가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인 이스라엘의 경제를 분석한 베스트셀러 '창업국가'(Startup Nation)를 출판했다. 이 책에서 이스라엘의 창업생태계를 가능하게 한 대표적 원인으로 의무 군복무와 이민정책이 언급되고 있는데 그 외에도 양질의 기술인력, 요즈마 펀드로 대표되는 앤젤 중심의 벤처캐피털 산업, 실패가 용인되는 창업환경, 정부의 창업지원정책 등 다양한 요인들이 이스라엘이 '창업국가'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창업환경은 어떤 수준일까. 놀랍게도 US뉴스&월드리포트의 '2021 창업국가(Countries for Entrepreneurship) 순위'에서 이스라엘(24위)보다 높은 순위인 5위에 우리나라가 선정되었다. 글로벌 창업컨설팅 기업인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이 발표한 '2020년 글로벌 창업생태계 평가'에서도 서울이 270개 글로벌 도시 중 20위로 선정되는 등 우리나라는 세계적 수준의 창업생태계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되는데 신설 법인 수가 2012년 이후 매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작년에는 12만개를 돌파하여 '제1의 벤처붐'이 불었던 2000년 6만개 신설법인 수의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벤처투자액도 2000년 2조원에서 2020년 4.3조원으로 증가하는 등 '제2의 벤처붐'이 도래했다. 이러한 제2의 벤처붐은 디지털 분야가 선도하고 있는데, 디지털전환의 가속화와 함께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융합현실, 사물인터넷, 핀테크 등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창업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의 가속화로 온라인 서비스 및 '배달 플랫폼' 관련 창업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창업지원을 위한 예산도 2010년 1439억원에서 2020년에는 7053억원으로 6배 증가했다. 벤처 기업지원정책도 과거 단순한 창업지원을 벗어나 스케일업(Scale-up)과 글로벌 진출로 확대되면서 정부의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해외 직접 투자를 받고 나스닥 등 해외시장에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우수 창업기업에 대한 평가도 주목받고 있는데, 비상장기업 중 기업가치가 10억달러가 넘는 유니콘 기업의 수가 2016년 2개에서 2020년에는 미국CB인사이트 기준으로 11개,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13개로 증가했다.

더욱 의미 있는 사실은 창업을 통해 상장된 디지털 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 시가총액 5대 기업은 삼성, 포스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모비스였는데, 2021년 7월 5일 기준 순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쿠팡, 카카오, 네이버로 바뀌었다. 기존의 재벌기업이나 금융기업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에 기반해 창업한 쿠팡, 카카오, 네이버가 시가총액 5대 기업에 포함된 것이다. 디지털경제의 발전과 함께 디지털 기술에 기반해 창업한 빅테크 기업들이 고용 창출과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주도하는 경제 상황이 전개되고 있고, 이것이 자본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주목해서 월스트리트 저널은 기사를 통해 한국이 빅테크 스타트업의 산실이 되고 있고 그동안 재벌이 주도해온 한국 경제시스템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만약 지금 댄 세노르와 사울 싱어가 '창업국가'의 후속편을 쓴다면 우리나라가 그 대상 국가가 될 수도 있을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 만족하기에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대외적으로는 우리의 경쟁국가인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새로운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 내기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한 지 3년이 되가지만 아직도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혁신서비스가 규제샌드박스 제도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창업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활용을 포함한 창업 친화적 정책을 강화하고, 최근 송도에 설립된 '스타트업 캠퍼스'와 같은 창업기업 지원 인프라의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wonki.min@suny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