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디지털 소통 첨병 '메타버스' 공간을 혁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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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서 불가능한 일 '가상세계' 구현
생태계 확산·산업 육성 기회 무궁무진
가상공간 교육·산업현장 AR 접목 등
'메타버스 투 오프라인'으로 진화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Metaverse)'의 문이 열린다. 메타버스는 인간의 경험을 가상세계로 확장시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줄 도구로 주목받는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을 가상세계에서 구현하고 이를 다시 현실과 연계하는 혁신이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인류가 가장 먼저 개척해야 할 신대륙이 우주나 바다가 아닌 메타버스라는 주장도 나온다.

메타버스 시장은 아직 정의도 불분명한 초기 단계다. 바꿔 말하면 우리 기업에도 충분한 기회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다. 메타버스 생태계 확산과 산업 육성을 위한 논의와 협력이 필요할 때다.

한컴프론티스 XR판도라로 꾸민 가상 강의실
<한컴프론티스 XR판도라로 꾸민 가상 강의실>

◇비대면·협업 필요성에 관심 증대

1992년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 30년이 돼 간다. 가상세계 플램폼에 대한 논의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에도 이어졌다. 2010년 이후에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확장현실(XR) 발달로 관련 체험 서비스가 속속 출현했다.

그러나 메타버스가 주목을 받으며 산업계 화두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부터다. '열풍'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산업과 사회경제 곳곳에 메타버스 열기가 뜨겁다.

페이스북과 구글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이 메타버스에 투자를 늘린다. 우리 정부도 '디지털 뉴딜 2.0'에 메타버스 발전 정책을 포함시켰고 주요 부처는 관련 사업을 담은 예산안을 편성했다.

이처럼 메타버스가 주목을 받게 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코로나19를 빼놓을 수 없다. 비대면, 언택트, 디지털 소통 등 코로나19가 불러온 사회 기류가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

메신저나 영상회의를 비롯한 비대면 소통 도구로는 오프라인만큼의 몰입감이나 상호작용 효과를 거두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가 새로운 디지털 소통과 협업 도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현석 한컴프론티스 대표는 “메타버스가 회자된 지는 오래됐지만 기존에는 영화를 비롯해 개념적으로만 얘기가 나오던 수준”이라면서 “메타버스가 실제 구현에 초점을 맞춰 화두가 된 것은 코로나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술 발전도 메타버스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5세대(5G) 이동통신과 오큘러스 퀘스트2를 비롯해 통신 기술과 디바이스 발전이 기존엔 어렵던 서비스 구현을 가능하게 했다. 대용량 랜더링이 필요한 산업현장의 VR·AR 서비스를 지원할 기반이 마련되면서 중소기업도 메타버스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디지포레가 KAIST와 함께 개발하는 제조AI메타버스팩토리의 모습
<디지포레가 KAIST와 함께 개발하는 제조AI메타버스팩토리의 모습>

◇'O2O'에서 'M2O'로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현재 서비스되는 체험형 VR 서비스부터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교육이나 이벤트, 한발 더 나아가 콘텐츠 재생산과 경제활동이 포함된 서비스까지 모두 메타버스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산업현장에서 AR 접목 역시 메타버스로 볼 수 있다. 범위가 폭넓은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

현재 활성화된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서비스는 '메타버스 투 오프라인(M2O)'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메타버스에서 가상 서비스나 물품을 체험하고 현실 세계에서 이를 구매(거래)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 역시 메타버스를 통해 더욱 실감나는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한 단계 더 진화하면 가상세계에서 직장생활, 교육, 만남 등 실제와 같은 생활을 영위하고 건물과 부동산 거래 등 경제활동이 이뤄진다.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넘어 확장된 제2의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산업 측면에서 메타버스는 중요 협업 도구로 주목받는다. 엔비디아가 오픈베타 버전을 선보인 '옴니버스'는 로보틱스, 자동차, 건축, 엔지니어링 등 산업 분야 종사자들이 시간·공간 한계를 극복하고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국내 사례로는 디지포레가 KAIST와 함께 개발하는 '제조AI메타버스팩토리'를 들 수 있다. 제조AI메타버스팩토리는 가상공장을 구현, 인공지능(AI)으로 불량 원인을 탐지하고 세계 어디서나 동시 접속을 통해 협업을 가능케 해준다.

박성훈 디지포레 대표는 “기존에 나온 가상 협업 툴은 중소기업이 사용하기에는 라이선스 비용이 비싸고 시스템 용량이 컸다”면서 “중소기업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메타버스 협업 툴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인게이지의 3D 펜 기능 활용 모습.
<메타버스 플랫폼 인게이지의 3D 펜 기능 활용 모습.>

◇민관 노력 확산…제도 정비는 과제

메타버스는 VR·AR 등 XR 솔루션과 디바이스, 콘텐츠 등 자체 산업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제조, 국방, 관광, 금융, 문화 등 버티컬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메타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마련과 기술·서비스 개발에 분주하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디지털 뉴딜 2.0을 통해 개방형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2025년까지 메타버스 기업 150곳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비대면, 디지털 소통의 중요성을 높게 보고 지원을 하겠다는 의미다.

과기정통부 지원으로 지난 5월 출범한 민간 주도 협의체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는 9월 3일 기준 453개 회원사가 가입했다. 메타버스 얼라이언스가 공급-수요기업 중심 협업 생태계를 위한 단체이기 때문에 정보기술(IT) 기업 외에도 제조, 통신, 금융, 방송, 공사, 연구기관,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 기업이 참여했다. 참여사들은 프로젝트 중심으로 메타버스 기반 서비스를 발굴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도 출범한다. 메타버스 산업 구심점으로 업계 의견을 모으고 정책을 발굴해 정부에 건의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메타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 같은 움직임과 맞물려 메타버스 산업진흥법 도입,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메타버스 기반 경제활동을 위한 가상자산은 아직 제도권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가상세계 내에서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딱히 규제할 법이 없다. 메타버스 내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논란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민문호 오썸피아 대표는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아바타는 내 자아를 표현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성추행을 비롯해 범죄행위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가상세계에서 만든 창작물에 대한 지식재산권에 대해서도 시장이 확산하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