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로운 집의 탄생 : 집이 일하고 배우고 놀고 만나는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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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홈월드'(Home+World) 시대다. 코로나19 여파로 촉발된 반강제적 비대면 필요성은 인류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코로나19로 기인한 언택트 시대에 인간의 '사회적' 활동이 어려워 '호모언택트(Homo Untact)'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비대면이 생활화된 요즘 우리 모습을 풍자한 말이다.

누구도 만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일단 멈춤'이라는 표어에 사람들은 수긍했으며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라 믿고 꾹 참았다. 그러나 '집콕' 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With)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인류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감염병 때문에 세상으로 나갈수 없다면 세상을 바로 내 집으로 가져온다는 콘셉트가 '홈월드'다.

집콕이라는 단어가 과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머물렀다'는 의미였다면, 이제는 '집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니 나갈 필요가 없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집은 일하고, 놀고, 배우고, 만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컴퓨터 운용체계 윈도우의 창처럼 집을 일터로, 놀이터로, 학교로, 친구를 만나는 카페로 이용하는 '레이어드홈(layered home)'이 됐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집에서 일하고 창업한다

최근 일부 기업은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메타버스'에서 진행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 바로 내 집에서 모니터를 통해 부장을 만나고 동료와 함께 업무를 논의한다.

코로나19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바로 '재택근무'다. 코로나19 전만 하더라도 재택근무는 일부 정보기술(IT) 업계 혹은 특수한 직업군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코로나19로 강제적인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기업과 개인의 인식이, 재택근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퍼지게 됐다. 장소가 어디든 일을 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회사로 많은 직원이 밀집하는 기존 방식은 코로나19에 취약점을 보였다. 이 때문에 회사에서 원격근무를 권유가 아닌 강제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그 결과 출근과 원격근무 생산율 차이가 별로 없었다. 무엇보다 회사 구성원에 원격근무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

개인이 원격근무를 시작하면서 집에 대한 욕구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집은 퇴근 후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공간으로 탈바꿈 했다. 원격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여행, 외식이 줄어들면서 생긴 잉여 자금으로 근무에 도움(?)이 되는 신장비를 갖추기 시작해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됐다.

가전 등 장비 구매와 관련해 소비자 결제 트렌드도 급변하고 있다. 과거 특정 장소에 방문하거나 대면으로 결제 행위가 이뤄졌다면 이제는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결제가 대세다. 모바일 결제는 휴대폰이나 태블릿PC 같은 휴대용 장치를 사용해 모바일 머니 또는 모바일 지갑을 통해 결제가 이뤄지는 형태다.

창업도 집에서 한다. 비대면 소비가 자리 잡으면서 무인 창업, 배달 및 포장 수요가 늘어났고 하나의 창업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과거에는 모바일, 언택트 소비 핵심 계층이 젊은 세대였지만 코로나19 기간 동안 모든 연령대가 이런 생활방식을 경험하고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언택트 서비스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로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여기에 대응해야 한다. 변화된 창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비대면, 언택트를 강조한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선택할 것이 강제되고 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집에서 놀고 공부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 집에서 일하고, 쇼핑하고, 운동하는 등 모든 생활이 가능해지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단순 '주거공간'이었던 집을 이제는 그 속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감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변화시키는 이들이 많아졌다.

코로나19 이후 주거공간에 가장 필요한 기능은 취미 및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조사도 나왔다. 그런 영향으로 밖에서 활동하지 않고 주로 집에서 놀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을 일컫는 '홈 루덴스(Home Ludens)'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부모들의 집콕 생활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아이가 유치원, 학교 등에 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집을 학습 공간이자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부모들이 홈스쿨링 등에 적극 뛰어들면서 이를 위한 아동 교구 및 각종 완구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집에서 노는 수요가 늘어난 덕분에 홈엔터테인먼트 시장도 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로 스마트폰과 TV 등을 통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률이 급증했다.

직장인들도 '퇴근 후 한잔 혹은 식사'보다 '퇴근하면 집'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과거와 달리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원격근무가 적용되자 출퇴근 시간도 줄었다. 적게는 30분에서 많게는 1, 2시간이 넘게 걸리던 출퇴근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여유 시간을 건강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헬스장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문을 닫으면서 집에서 운동을 하거나 집 근처 한적한 산책길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홈짐을 꾸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방이나 베란다를 활용해 헬스장을 방문하지 못하는 갈증을 집에서 해소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 교사와 학급 친구들을 실제 만나는 것보다 모니터를 통해 영상으로 소통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이렇게 익숙해진 원격수업을 발판으로, 시·공간을 포함한 여러 제약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에듀테크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게임형 교육, 실감형 확장현실(XR) 콘텐츠, 메타버스 등 몰입감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 콘텐츠 외형을 결정 짓는 기술부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처럼 맞춤형 교육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까지 등장했다.

성인들도 요즘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다 보니 자기계발을 온라인을 통해 하는 사례도 많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플랫폼도 다양해졌고, 플랫폼 내에 수업들도 취미생활에서 재테크, 직무, 창업 등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온라인 강의는 물론 성인전용 학습지 브랜드도 나타났다. 주로 외국어 영역의 학습지로 매주 학습지를 받아 온라인 강의와 함께 자신의 일정에 맞춘 자기계발 시간을 갖는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