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이경수 과기혁신본부장 "기술선도 위해 실패도 포용하는 과기 혁신정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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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가 만났습니다] 이경수 과기혁신본부장 "기술선도 위해 실패도 포용하는 과기 혁신정책 세워야"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산길을 걷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막무가내로 빠르게 한 방향으로만 가다 보면 실족할 수 있습니다. 다소 늦더라도 다양한 길을 찾고 잘못 들은 길은 지워나가면서 최대한 낙오자 없이 산에서 내려가야 하는 게 우리 상황입니다”

이경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안갯속 산길'에 비유했다. 과거엔 앞서 누군가 반듯하게 닦아 놓은 길을 빠르게 쫓아 산에서 내려왔다면 지금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우리가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이 언급한 안개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다툼,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최근 급변한 대외 환경을 의미한다. 과거의 추격 전략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앞으로 국가 안보 측면에서 상당한 역풍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 본부장의 진단이다.

이 본부장은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누구 손을 잡아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면서 “선도 기술을 확보하면 우리가 누구 손을 잡는 게 아니라 미국, 중국 모두 우리나라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이 과정에서 실패를 용인하고 예상치 못하게 소외되는 사람까지 포용하는 과학기술 혁신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소위 선도형 전략을 구사하는 과정, 즉 과거에 시도하지 않은 다양한 시도를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실패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실패가 무용한 것이 아니라 기술개발, 인력양성의 사다리 역할을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인공지능(AI) 확대, 탄소중립 대응 등 변화 과정에서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경제·인문·사회를 포괄하는 종합 혁신정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과학기술 기반 지역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도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지역 소멸 문제가 대두된 상황에서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을 두고 “과거 시혜적 재원 투입 정책으로는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며 “지역 특화산업을 키워 20·30대의 유입을 늘려가며 출산, 결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포용적 과학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 이경수 과기혁신본부장 "기술선도 위해 실패도 포용하는 과기 혁신정책 세워야"

대담=김원배 통신방송과학부 부장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취임한 소감은.

▲코로나19 극복, 탄소중립 실현,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대응 등 과학기술이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취임했다. 혁신본부에서 추진해 온 정책을 잘 마무리하고 새롭게 대두되는 현안 관련 정책방향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사람 중심 과학기술 환경조성, 국가 R&D시스템 혁신 등 핵심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과학기술 혁신을 줄 곧 강조했다.

▲돌이켜보면, 나침반, 화약, 증기기관, 전기 등 혁신 과학기술 성과가 사회로 확산되는 시점이 곧 세계사의 변곡점이었다. 그 시점에서 과학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국가가 국제사회의 주도권을 잡았다. 이제는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나아가 경제·인문·사회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혁신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공지능, 로봇 등 미래기술 파급효과를 예측,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육, 고용, 규제, 문화 등 다양한 관점의 분석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등 거대 현안의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환경, 기상, 생물, 정치, 경제, 인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협업해야 하고 급변하는 사회에서 심화되는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데이터(팩트)와 인문학적 감수성을 결합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과학기술 기반 혁신정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혁신정책 추진체계를 재정비하는 배경이다.

국가연구개발 시스템 혁신을 추진함과 동시에, R&D 투자, 인력, 성과확산 등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미·중 기술패권 등 새로운 기술환경에 대응하고 저출산·고령화 같은 포용 사회 구축을 위한 안전망 구축, 탄소중립과 같이 인류와 국가의 생존보장을 위한 국제현안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

-재임 중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학기술 혁신과제는 무엇인가.

▲미·중 기술패권 경쟁, 국제 가치사슬 재편, 탄소중립 실현 노력 등 세계적인 변화에 대한 대응방안을 우선 꼽겠다. 또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및 지역소멸과 집단 간의 사회적 갈등 심화 등 우리 사회 현안의 해결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연구현장의 행정부담 완화, 도전적 연구개발 활성화, 과학기술성과 활용·확산 등 국가연구개발 시스템의 혁신방안 수립도 중요하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과학기술 정책방향은 무엇인가.

▲미·중 패권 경쟁 패러다임이 기존의 군사경제에서 기술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을 국가의 생존과 안보의 관점에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인공지능, 양자, 6G, 바이오 등 첨단전략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이 전략무기화 되면서 기술패권 경쟁과 기술 블록화 경향이 뚜렷하다. 미국의 혁신 경쟁법 상원 통과, 기술 대응 전담조직 신설, 중국의 7대 전략기술 육성 공표 등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가 태동기 단계의 첨단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프론티어법'(Endless Frontier Act)처럼 국가 차원에서 첨단기술을 발굴·관리·육성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혁신본부 역할도 여기서 찾으려 한다. 혁신본부가 중심이 돼 공급망 형성, 국가안보, 미래 신기술을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를 평가해 국가 첨단 전략기술 발굴·관리 체계를 마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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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과학기술혁신본부 역할은.

▲우리뿐 아니라 대다수 국가의 '넷 제로' 선언으로 탄소중립은 글로벌 의제로 부상했다. 유럽연합(EU)의 2023년 탄소국경제 도입, 2035년 내연차 판매 금지 등 글로벌 규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 경쟁력을 유지 또는 강화하면서 넷 제로를 실현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도전이다. 정부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목표를 상향하고 2050 넷 제로 달성이라는 도전적 목표를 설정했다. 탄소중립위원회를 중심으로 탄소중립 정책 추진체계를 확립했는데 과기혁신본부는 위원회 및 관련 부처와 협력해 과학기술이 탄소중립을 충실히 뒷받침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션 중심의 R&D가 필요하다. R&D의 실패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R&D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국가 R&D 100조원 시대, 투자 규모에 걸맞은 혁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연구개발 추진방안은.

▲우리나라는 국가 R&D를 통해 디스플레이,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이동통신 등 기술 분야별 세계 최고, 최초의 뛰어난 성과를 창출했다.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국민·기업이 체감하는 혁신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개별 부처·사업·과제 단위의 파편화된 R&D 성과관리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심화하는 글로벌 기술패권 다툼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추격형 연구개발에서 벗어나 산업·안보 등 분야에서 파괴적 혁신을 이끄는 첨단 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R&D를 확대해야 한다. 첨단 전략기술 확보를 위한 R&D는 대부분 실패 가능성이 높은 고난이도의 도전적 연구다. 도전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성공 중심의 기존 연구개발 체계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미국의 'DARPA' 같은 파괴적 혁신 개발 사업 조직, 즉 한국형 DARPA 필요성이 언급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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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중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운영 방향은.

▲과학기술 정책의 외연을 확장해 과학기술계뿐만이 아니라 사회 각계에서 공감할 수 있는 과학기술 비전을 제시하는게 목표다. 부처별 과학기술정책과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총괄·조정하는 과기혁신본부의 컨트롤타워 기능도 고도화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외연 확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과학기술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갈수록 복잡·중차대해지면서 단순한 기술개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술패권, 인구절벽, 탄소중립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경제·인문·사회까지 포괄하는 다학제적 해법이 필요하다.

과기혁신본부는 관계부처 및 과학기술·경제사회 분야 산·학·연과 함께 국가의 혁신, 경제의 회복, 사회의 포용, 인류·국가의 생존이라는 4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학기술 기반 혁신 정책을 추진해 나가려 한다. 향후 5년간 국가과학기술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 이같은 방향성을 담을 계획이다. 과학기술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도 과학기술 전문가뿐만 아니라 경제·인문·사회 전문가의 참여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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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본부장은

이경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 석사, 텍사스대 박사를 거쳐 오크리지국립연구소,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플라즈마 퓨전센터에서 근무하며 핵융합기술 연구에 매진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에 있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구축 프로젝트 총괄책임자,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이 본부장은 난항에 빠진 국제핵융합실증로(ITER) 건설 국제 프로젝트를 다시 본궤도에 올린 주역이다. 프로젝트 참여 7개국 간 이견으로 원활치 않던 2015년 10월 ITER 사무차장에 취임, 각국 사이 가교 역할을 하며 내부 시스템과 사업 계획을 재정비해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난해 4·15 총선 전 더불어민주당의 과학기술계 인재로 영입, 지난 6월 과기혁신본부장으로 발탁됐다.

△1956년 출생 대구 경북고 △서울대 물리학과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캠퍼스) 물리학 박사 △KSTAR 프로젝트 총괄책임자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 △국제핵융합실증로(ITER) 이사회 부의장 △국제핵융합실증로(ITER) 국제기구 부총장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現)

정리=

최호기자 snoop@etnews.com

,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