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부, 반도체 기업에 매출·고객 정보 등 핵심 정보 제공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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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1차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1차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게 영업비밀이 포함된 최근 3년치 주요 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구한 자료 범위에는 매출액, 원자재·장비 구매 현황, 제품별 3대 고객 정보, 재고, 생산주기(리드타임) 등이 포함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 뿐 아니라 인텔과 TSMC 등도 대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기술평가국은 미국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걸친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외 반도체 제조·설계 업체와 중간·최종 사용자 등이 대상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미국과 거래하는 세계 각국의 반도체 관련 기업이 설문 조사 요청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마감은 45일 후인 11월 8일까지다.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공급망 정보 조사는 지난 23일(미 현지시간) 백악관이 반도체 및 자동차 업체 관계자를 소집, 반도체 공급망 이슈를 논의했던 3차 대책 회의 후속 조치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업계의 재고, 주문, 판매 정보 등을 45일 안에 자발적으로 공개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회의를 주관했던 지나 라이먼도 미 상무장관은 “공급망에 관한 추가 정보를 업계로부터 받을 계획”이라면서 “투명성을 높여 반도체 병목 현상이 어디에서 일어나고 어디에서 문제가 생길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이 요청한 정보에는 민감한 영업 비밀도 포함돼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사업 부문별 매출은 일반적으로 대외 공개되는 내용이지만, 고객 정보, 재고, 생산 주기 등은 기업 역량과 사업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정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제조사도 제품이나 세분화한 사업부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요청한 정보는 영업 비밀이 될 수 있는 내용이 상당히 있다”고 밝혔다. 인텔 등 자국 기업 입장에서도 정보 제공 시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외 반도체 제조사가 미국 요청을 수락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상무부는 '자발적 정보 공개'로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언제든 정보 공개를 의무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이먼도 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이를 요구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고 사실상 강제 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