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PC수요가 폭발하지만, 부품 부담에 갇힌 중소 업계 고민이 깊다. 늘어나는 수요에 비싼 가격을 주고서라도 부품을 확보해야 하지만, 완제품 가격을 올리기도 어려워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진다. 부품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져 연중 최대 성수기인 연말을 앞두고 속이 타고 있다. 업계는 공동 구매 등의 대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근본 대안은 될 수 없는 실정이다.
18일 전자신문이 다나와를 통해 분석한 8월 1주차~10월 2주차 주요 그래픽카드 20종 가격 추이를 보면, 적게는 6%에서 많게는 100%가 넘게 모든 제품 가격이 올랐다. 중앙처리장치(CPU) 역시 8월 1주차와 10월 2주차 가격을 비교하면 4종을 제외한 16종이 최대 40%씩 가격이 상승했다.
실제 그래픽카드는 '이엠텍 지포스 RTX 3060 STORM X 듀얼 OC D6(17기가바이트)' 제품이 8월 1주차와 비교해 119.6%나 오른 94만9000원에 판매됐고, '갤럭시 지포스 RTX 3060 Ti EX 화이트 OC D6 8GB LHR' 모델도 종전 82만5000원에서 최근에는 111만7000원에 판매됐다. 또 'MSI 지포스 RTX 3060 Ti 게이밍 X D6 8GB 트윈프로져8 LHR' 모델도 8월 넷째 주에는 66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9월에 두 배 가까이 뛴 124만원까지 상승했다. 현재도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머물러 있다.
CPU는 그래픽카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폭이 적었지만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AMD 라이젠5-4세대 5600G' 모델은 8월 중순 34만원대 팔렸지만, 이달 들어 40만원(44만3000원)대를 넘어섰다. '인텔 코어 i7-10세대 10700F' 모델 역시 8월 초만해도 30만원 후반대에 판매됐지만, 현재는 50만원대(53만7000원)를 훌쩍 넘었다.
PC 부품가격 상승은 공급 부족에 기인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대란으로 절대 생산량이 적은데다 비트코인 열풍까지 불면서 부품 공급난은 심화됐다. 여기에 달러 강세와 중국 전력난 이슈까지 겹치면서 부품가격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가격상승은 고스란히 중소PC업계 수익성에 타격을 준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등이 활성화되면서 국내 PC시장은 10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시장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부품가격 상승을 이유로 공급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중소PC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PC 업계는 일정 시장을 서로 나눠 먹는 상황인데, 부품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완제품 가격까지 올려버리면 사실상 경쟁에서 살아 남지 못 한다”면서 “시장에서 PC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하지만 값비싼 부품을 어렵게 구해와 판매를 지속하다보니 수익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4분기에 돌입했지만 중소PC업계는 애만 태우고 있다. 11월은 인텔이 신형 프로세서를 출시한 데다 12월부터는 '아카데미 시즌'이 시작된다. 한해 신제품이 가장 많이 나오고 마케팅도 활발히 하는 시기지만 조용한 상황이다. 중국 전력난으로 부품 생산이 지체되는데다 폭등한 부품 때문에 신제품 출시를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국산 PC업계 관계자는 “1년 중 가장 바빠야 할 시점이지만, 부품가격 상승으로 신제품 출시나 인기 상품 공급 확대를 추진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인텔 신형 프로세서를 탑재한 신제품 역시 중국 현지 공장 사정 때문에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상준 한국IDC 이사는 “그래픽카드나 CPU뿐 아니라 패널 이슈까지 겹치면서 전반적으로 PC업계에 부품가격 부담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시장 수요는 보급형 제품이지만 업체는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해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것 역시 부품 공급난을 가중하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