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테크 발목잡는 변호사법…해외선 합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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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테크업계가 저조한 투자와 기술 개발 규제 등으로 발목을 잡히면서 저변이 축소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동일한 서비스에 대해 법적 규제를 완화하고 있어 신규 시장 확대를 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리걸테크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현행 변호사법상 동업금지 규정 때문이다. 변호사법 제34조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 금지 등'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해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리걸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에 대해 변호사가 버는 수익을 지불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뿐만 아니라 법률문서 작성을 비롯한 변호사 고유 업무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는 사업을 추진하는 변호사는 외부 투자를 유치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 투자 규모는 미국 19억6000만달러(약 2조2171억원), 영국 1억1500만달러(약 1300억원)에 달하지만 한국은 1200만달러(약 135억원)에 불과하다.

영국·독일 등 리걸테크 선진국은 이미 비변호사와 이익을 공유하는 형태의 진보적 모델을 도입했다. 영국에서는 자문변호사와 비변호사간 동업이 허용되며 독일에서는 채권추심업무의 경우 일정 조건 하에 비변호사와 변호사의 동업이 허용된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서로 다른 자격을 가진 전문가 사이 동업이 가능하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법률상담부터 법률서면 자동 작성까지 다양한 법률서비스 분야에 인공지능(AI) 등 IT가 도입됐다. 수사기관과 사법부 역시 리걸테크를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영국 중대범죄수사청(SFO)은 롤스로이스 불법 로비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AI 기술을 사용했고, 미국 위스콘신 대법원은 2017년 AI '컴퍼스'가 산출한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을 양형 참고자료로 채택한 바 있다.

광고비 수수료를 막는 규제를 적용하는 곳은 전무하며 광고 방식으로서 키워드 광고가 불허되는 나라도 없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 이외 주요 국가의 경우 이익공유와 중개는 불가하더라도 공통적으로 비변호사가 광고 수수료를 취득하는 것은 가능하다. 일본에서도 광고비 수취가 허용되며 일본변호사연합회의 상세한 지침 하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변호사 중개와 광고가 허용된다.

이에 업계 전문가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변호사법 내 광고 규정 등이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호사들이 법률플랫폼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한 대한변협의 내부 규정이 무효이며 월권”이라며 “변호사법 내 광고에 관한 규정은 2000년 1월에 만들어진 것으로 20년이나 지난 지금 최첨단 리걸테크 산업 규율을 하려니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준 교수는 “독일은 리걸테크를 통해 변호사 시장과 법률서비스 시장의 변혁이 오고 있다”며 “독일의 입법자는 법률서비스법을 대폭 수정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고, 이런 경향을 우리 입법자와 법원도 참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