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52시간 근무제 도입 3년... 기업·노동자 시각차 뚜렷

게임사가 밀집해있는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게임사가 밀집해있는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게임업계에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지 3년이 넘었지만 현장에서는 기업과 노동자 시각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9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산업종상자노동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기업 53.4%는 신규 인력채용과 관련해 변화가 있었다고 답한 반면 노동자는 13.3%만이 변화가 있다고 인지했다.

노동자는 1인이 소화해야하는 업무량이 통상 1인 생산량 이상인 점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기업은 근무 시간이 줄은 만큼 신규인력을 채용해 빈틈을 채우고 있다고 판단했다.

유연근무제 도입 등 유연성 확대에서 대해서도 회사 56%는 긍정적으로 대답했지만 노동자는 11%만 긍정했다. 관련 업무 프로세서 개선도 회사는 41.4%가 긍정했지만 노동자는 4%만이 변했다고 답하며 시각차를 보였다.

게임사는 52시간 근무제를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경쟁력 악화 주범으로 보고 있다. 실제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신작 출시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반면 개발 속도가 빠른 중국은 더 많은 게임을 쏟아내며 규모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 때문에 프로젝트 마감과 일정, 고객응대, 글로벌 대응을 위해서는 유연하게 일하는 업계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게임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력 충원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모든 산업에서 개발자 수요가 많아지면서 좋은 인재를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개발자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자는 근로시간이 부족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건 신규인력 채용과 업무 프로세스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포괄임금제를 폐지함으로써 정당한 대가가 지급된다면 문제 없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근로시간에 상관없이 시간 외 근로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거나 정액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개인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종에서 사용한다. 업계에서는 제도를 악용해 '공짜야근'이나 마감을 앞두고 고강도 업무를 지속하는 '크런치 모드'에 사용했다.

게임업계는 웹젠, 펄어비스를 시작으로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위메이트, 컴투스홀딩스 등 규모가 큰 기업 위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면서 확산되는 중이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슈퍼캣이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근무시간 등을 측정하는 근태 모니터링을 도입하지 않고 직원 자율에 맡기면서 새로운 근무 환경 조성 실험에 나섰다.

김영을 슈퍼캣 대표는 “슈퍼캣 구성원이 노력한 만큼 합당한 보상을 해주기 위해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며 “복지 혁신에 돌입해 구성원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