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130년 피아노 기술이 IT혁신을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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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년 전, 의료기계 수리공으로 일하던 청년은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부서진 풍금을 성공적으로 수리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악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도전은 수리에만 그치지 않고 오르간 내부를 분석하고 설계도를 그려 같은 해에 시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시작한 회사가 바로 '야마하'다.

사이토 요이치로 야마하뮤직코리아 대표.
<사이토 요이치로 야마하뮤직코리아 대표.>

야마하는 '소리' 사업을 중점 목표로 발전시키며, 세계인과 함께 새로운 감동과 풍요로움을 전하는 '음악 문화'를 창조해 왔다. 13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음악 문화 보급과 신기술을 반영한 도전은 161개국에서 가장 진화된 악기·음향기기를 공급, 44개국에서 음악 교육 사업을 전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사회 및 일상의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야마하의 기술력으로 탄생한 '디스클라비어'(Disklavier) 피아노의 가치는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재조명받고 있다.

1970년대 개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진화해 온 디스클라비어는 정통 어쿠스틱 피아노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피아노다. 코로나19 이후 연주회에 가기 어려워진 가운데 자택에서 아티스트의 연주를 생생하게 듣고자 하는 요구에 따라 그 진가는 더욱 커지고 있다.

디스클라비어는 첫 출시 당시 플로피 디스크를 저장 매체로 사용해야 했기에 '디스크'와 피아노를 뜻하는 독일어 '클라비어' 두 단어가 합쳐져 이름이 탄생하게 됐다. 이름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자동 연주 피아노'라고 불리지만 이 기능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코로나19로 피아노 연주자들의 해외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이 악기가 지닌 원격 통신 기술은 새로운 피아노 연주 문화 확산을 이끌고 있다. 랜선이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서나 선생님과 학생의 피아노를 원격으로 연결해 교육을 이어 갈 수 있는 '리모트 레슨' 기능은 TCP 프로토콜로 피아노를 총 4대까지 연결해 아날로그적 건반과 페달의 움직임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한다. 이 신호는 전자악기의 연주 데이터를 전송, 공유하기 위해 규격화된 MIDI에 기반하며, 실시간으로 상대방의 피아노에 도달한다.

특히 건반은 1024단계, 페달은 256단계로 강약과 깊이, 속도 등 파라미터 값을 세밀하게 디지털화해서 전달하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피아노의 건반과 페달도 매우 미묘하게 실시간으로 움직인다. 그 결과 서로 떨어져 있는 피아노에서 연주가 구현되기에 굳이 함께하지 않아도 충분한 레슨이 이뤄진다.

'동기 녹화'(Sync Recording) 기능도 유용하다. 연주 영상과 MIDI 데이터를 제출하면 디스클라비어와 TV를 연결해서 재생했을 때 연주자의 섬세한 감정 표현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피아노를 어떻게 연주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로써 최근 해외 유명 음대 입시나 피아노 콩쿠르에서 영상 장비와 연결된 디스클라비어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음악 교육 목적 외에도 TV, 라디오 등 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제공된다. 녹화된 아티스트의 연주를 TV와 피아노로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디스클라비어 TV는 현재 북미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도 사용 가능한 디스클라비어 라디오는 인터넷 접속 후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피아노 독주는 물론 다른 악기나 보컬의 목소리 등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면 24시간 동안 끊임없이 라이브러리를 스트리밍할 수 있다.

단순 사운드 재생을 넘어, 시대상을 반영해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디스클라비어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피아노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여주는 야마하 기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사이토 요이치로 야마하뮤직코리아 대표 heera.woo@music.yamah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