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다음은 전기강판·희소금속…공급 대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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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난으로 고전하는 완성차 산업이 앞으로 수년 내 또 다른 공급대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전기자동차(EV)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핵심 소재·부품인 '전기강판'과 '희소금속'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 마크잇을 인용해 작년 EV용 전기강판 세계 수요를 32만톤으로 추산했다. EV 판매 증가에 따라 오는 2027년 250만톤 이상, 2033년 400만톤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철에 5% 미만의 규소를 첨가한 전기강판은 철심(코어)에 발생하는 전력손실(철손)을 억제한다. 우수한 자기 특성을 가진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EV 모터 핵심부품으로 활용된다. IHS 마크잇에 따르면 EV 모터 기당 60~150달러 상당의 전자강판을 사용한다.

EV에 적용 가능한 고품질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제조할 수 있는 제철 기업은 세계적으로 14개사에 불과하다. 기술 수준이 높은 데다 특허도 회피하기 어렵다. 적층한 전기강판을 모터에 탑재하는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도 20개사 정도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IHS 마크잇은 기술 장벽 때문에 앞으로 몇 년 내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급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메탈스 테크놀로지 데이터에 따르면 오는 2025년 이후부터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급량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 35톤 이상, 2030년 90만톤 이상 수요·공급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IHS 마크잇은 유럽이 가장 먼저 공급난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EV가 보급 중이지만 글로벌 전기강판 생산량 88%가 한국, 중국, 일본 등 한정된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국가는 EV와 충전시설 대중화 수준에 따라 수출 물량을 내수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

EV용 배터리 양극재 등으로 사용되는 희소금속의 공급난 발생 가능성도 크다.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구리, 니켈, 코발트, 리튬 등 희소금속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등 일부 국가의 수출 비중이 높은 데다 환경 문제 등으로 새로운 광산을 채굴하기도 어렵다. 물량을 확보한다 해도 시세 변동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희소금속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은 양극재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을 9:1/2:1/2로 설계한 '구반반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다. 중국 CATL은 리튬을 나트륨으로 대체하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은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독자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