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비대면 진료 플랫폼, 산업계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목적으로 2020년 2월 한시적 허용으로 시작된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의료 서비스가 이제 곧 만 2년을 맞는다. 이미 지난해 10월까지 312만6630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다. 그중 일부는 원외처방 조제약을 배송받기까지 한다.

이제는 비대면 진료에 대해 시행 여부를 논의하는 단계를 지나 어떻게 한국의 의료 현실에 적합하게 정착시킬 수 있을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의 명확한 정책 방향이나 법률 제한이 없는 '한시적으로 허용된 상황'에서는 산업계의 책임 있는 역할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특히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 서비스 관련 분야에서만 스타트업이 30여개에 이르는 상황에서 초기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적 논리만으로 의료 서비스를 다룬다면 의료계에서 지적하는 우려가 현실화돼 태동기를 맞고 있는 한국의 비대면 원격 의료 시장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실제 의료계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진행될 경우 편리성이 의료 과소비로 연결되고, 오남용이 우려되는 약재가 무분별하게 처방·배송되는 우려를 지적하는 상황이다.

김성현 블루앤트 대표
김성현 블루앤트 대표

최근 한 비대면 진료·의약품 배송 업체는 현행법상 전문약 대중광고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전문의약품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해서 일부 명칭을 변경해 만든 홍보물을 광고로 집행했다. 이를 규제할 법이나 제도는 전무한 실정이다. 아직까지 의약품 배송 업체 광고에 대한 소관 법이나 심의 규제가 없어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2일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로 파생된 원격진료, 약 배송 업체의 광고는 의료광고나 의약품광고 사전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대면 진료 인식조사' 결과 약 배송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답변 비율이 72.9%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약 배송 이용 의향도 79.3%로 압도적이었다.

부정적인 이유로는 △약물 남용 가능성(70.5%) △약물 오배송 가능성(69.4%) △약 배송 과정에서의 약품 변질 가능성(58.7%) △약물 및 복용 정보 전달 불가성(44.6%) △배송에 따른 비용 증가 가능성(21.4%) 순으로 응답했다.

현재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각계에서 지적하는 비대면 진료에 따른 우려 해소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올라케어'는 환자가 비대면 진료 신청 시 이전 진료 기록을 환자 동의 아래 진료 의사에게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의사는 환자의 투약 이력을 확인하고 진료를 진행해 좀 더 적절한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이렇게 진료 기록으로 의사는 환자의 질환 정도를 파악해 내원이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주변 병원을 안내하기도 한다.

특히 의약품 남용 및 오배송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상존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배송업체가 아니라 자체 의약품 전문 배송 인력을 확보해 개인 정보 유출 위험 없이 본인 확인 후 환자 개인에게 안전한 의약품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국내 최초 의약품 라스트 마일을 스타트업이 구축한다는 것은 높은 비용 구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사항을 해결하는 것이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 체계 정착을 위한 바른 선택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성현 블루앤트 대표 pr@bluean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