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내 풍력산업 ICT 현실과 과제

[기고]국내 풍력산업 ICT 현실과 과제

한기범 에이투엠 부사장 hankb@a2m.co.kr

2021년 정보통신발전지수를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아이슬란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디지털 잠재력 지수도 5위를 차지하는 등 다양한 정보통신과 관련된 타 지표에서도 상위에 자리하고 있다.

정보기술(IT)은 각종 생활과 다양한 산업 현장에 사무·생산 자동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까지 적용돼 생활 편의와 생산성 증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풍력산업 현장도 GE가 개발한 Predict 플랫폼이 스마트팩토리는 물론 풍력 발전단지 운영에도 신속한 정보 교류 및 최적의 발전단지 운영을 위해 다양한 분석 알고리즘을 제공한다. GE에서는 이 플랫폼을 이용해 발전단지 효율을 최대 15%까지 증대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국내 풍력 발전단지의 현장도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운영되고 있을까?

현재 풍력 분야에 투자했던 대다수 기업은 사업을 철수했고, 일부 중소기업은 도산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서 풍력터빈을 개발했던 기업은 제대로 날개를 펼쳐 보지도 못한 채 접어야 했다. 관련 전문 인력은 뿔뿔이 흩어져서 관련 밸류체인에 전환 배치되는 등의 과정을 겪어 왔다.

지금의 혹독한 시장 현실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ICT 신기술들이 풍력산업 현장에 보급되는 길조차 묘연하다. 발전단지의 정보통신시스템들은 이미 노후했으며, 각종 데이터의 적층과 수집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현장에서는 오프라인 문서 파일을 취합하기 위해 직접 온라인화해서 입력하는 과정은 386시대 향수를 현재의 것으로 당연시하는 아이러니한 광경까지 목격하게 된다. 발전터빈을 운용하는 제어모듈과 스카다 등은 모두 터빈이 건설되던 시점의 것으로, 업무 시스템 또한 과거의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장과 설비 인프라 현실이 이러하더라도 우리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현재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곧 다가올 미래시장 규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풍력발전 규모를 2030년까지 해상 12기가, 육상 6기가를 포함해 18기가를 구축하고자 하는 미래비전을 선포했다.

첨단 ICT로 중무장한 글로벌 터빈 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곧 국내 시장에서 경쟁할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과거 OS 시장에서 MS윈도가 국내 시장을 잠식했듯 풍력 시장도 HW뿐만 아니라 SW까지도 외산에 의해 잠식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세계시장에서 정보통신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의 기술을 풍력산업에 적용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다. 다만 첨단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확보할 시간이 필요하다. 기존 운영시스템이 충분한 양의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데이터 분석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의 이력 데이터로 분석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운영시스템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저장해야 한다.

각종 터빈 운영 정보는 미래 운영을 위해 충분한 트랙 리코더를 확보해야 한다. 현장 트랙 리코더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어려운 것은 풍력 운영 관련 회사 내 업무협력이다. 각자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협력에 따르는 생경한 업무 때문이다.

풍력터빈 제작사, 운영사, 유지보수사 등을 비롯한 SW 개발사까지 각자의 사욕을 뒤로 하고 상생의 미래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글로벌 풍력산업과 경쟁하고 생존하기 위해 임갈굴정(臨渴掘井)이 아니라 침과대단(枕戈待旦)하는 각오로 협력, 보유하고 있는 첨단 ICT를 창 삼아 풍력산업 현장 적재적소에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