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혁신 연구와 글로벌 에너지 특화대학

[ET시론]혁신 연구와 글로벌 에너지 특화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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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은 매년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를 통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 위험 요소를 선정해서 발표하고 있다. 선정 결과 추세를 통해 시대별 위험 요인을 분석해 볼 수 있다. 2010년대 주요 위험 요소가 국가부채, 경제성장 둔화 등 경제·사회 분야와 관련된다면 2020년대 위험 요소는 기상이변·환경파괴·자연재해 등 기후위기에 집중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화석연료 연소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기후위기 주범이며, 이산화탄소의 순발생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이다. 말은 쉽지만 결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200년간 인류가 구축해 온 에너지 생산·운반·소비 체계를 근본적으로 변경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구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분야는 막대한 규모 투자가 예상되며, 여기에는 기술개발 직접투자는 물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분야 투자도 포함된다. 자연스럽게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 기능을 모두 담당하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전공별로 분화된 연구·교육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기존 대학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대학을 표방하며 에너지 분야의 단일 전공으로 미래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에너지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한국에너지공대(KENTECH)가 3월 2일 개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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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중점 연구 분야, 미래 에너지 산업을 좌우

KENTECH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뛰어넘어 미래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에너지 산업에 파급력이 높은 5대 중점 연구 분야(에너지AI, 에너지신소재, 차세대그리드, 수소에너지, 환경·기후기술)를 선정하고 고난도이지만 성공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미래 핵심 기술을 도출해서 초고난도 연구를 수행한다. 전고체 전지는 전기자동차 분야의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연구 분야로 꼽힌다. 전기자동차는 모빌리티 시장의 진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높은 가격과 500㎞ 미만의 주행거리는 보급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리튬이온전지는 반응성 큰 액체를 전해질로 사용해서 충격이 가해지면 폭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하기도 한다.

반면에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 전고체 전지는 폭발 위험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저장 밀도도 높아서 같은 부피에 더 많은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양산기술 부재와 해결할 기술 문제까지 겹쳐서 전고체 전지 상용화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높은 가격과 불안정성, 짧은 수명 등은 상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 문제 해결을 위해 KENTECH는 국내 최고의 배터리 전문가 두석광 교수를 필두로 AI를 활용한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도입해서 소재 개발과 공정기술 최적화 등 원천기술을 포함한 산업 응용기술에 대한 연구를 동시에 수행할 예정이다. 10년 내로 상용화를 앞당겨서 시장을 선점하고 지배력을 유지할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광합성 기술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여러 연구 분야가 융합된 연구의 대표 사례다. 태양광 발전, 수소에너지, 이산화탄소 전환 연구가 인공광합성 기술과 연결될 수 있다. 식물을 모방해서 햇빛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인공광합성 기술은 효율 향상의 한계에 부닥친 태양광발전 분야에 돌파구를 찾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고, 인공광합성 기술로 생산된 전력을 이용하면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 생산도 할 수 있다. 식물이 광합성 작용으로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변환시키듯 이산화탄소를 부가 가치가 높은 메탄 등 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에도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기술들의 융합으로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의 탄생할 수 있기 때문에 KENTECH는 5대 연구 분야의 시설과 인력을 한 곳에 집중해서 단독 연구와 더불어 융합 연구의 동시 수행을 꾀했다. 이는 연구 분야 간 융합을 통해 연구 효과를 극대화하고, 이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이 외에 수소에너지 연구, 전력망 최적화 연구, 전력소비의 효율화 연구 등 KENTECH는 환경오염이 없는 깨끗한 에너지 사회 구현을 위한 미래 기술에 매진하고 있다. KENTECH의 연구가 하루빨리 실용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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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 임용, 글로벌 대학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열쇠

글로벌 선도 연구를 수행하고 대학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보유한 우수 교원 확보가 핵심이다. KENTECH 역시 글로벌 에너지 선도 대학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은 석학들을 두루 임용하였다.

기초과학연구원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장을 지내며 한국 과학자 중 노벨상 수상에 가장 근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룡 교수는 최근 KENTECH로 자리를 옮겼다. 세계 최초의 3차원 그래핀 합성 성공, 2014년 글로벌 학술정보회사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예측한 노벨상 수상 후보에 선정, 300여편의 논문 게재, 4만5000여편의 학술지 인용 등 세계적으로 학문적 탁월성을 인정받은 유 교수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많은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국가 에너지산업 발전과 인재 양성에 기여하기 위해 KENTECH를 택하였다고 한다. 작년에만 14편의 국제학술지 논문을 발표하며 연구 인생 최대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유 교수가 KENTECH에서는 어떤 새로운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환경화학 연구 분야를 개척한 연구자로서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최원용 교수도 KENTECH에서 연구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최 교수는 2020년에 네이처가 발행하는 지속 가능성 관련 종합과학 권위지 'Nature Sustainability' 자문위원으로 선임되는 등 해당 분야에서 동료 연구자들로부터 학문적 권위를 인정받은 세계적인 연구자이다.

최근에는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에서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는 논문의 피인용 횟수를 분석해서 상위 1%로 분류되는 연구자에게만 주어진다. 전 세계 연구자의 0.1%에 해당하는 수치로, 연구 성과도 매우 우수함을 알 수 있다. 작년엔 햇빛으로 녹조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현재까지도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 가고 있어 연구자로서, 학생을 지도하는 교육자로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이 외에 한국광전자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작성한 논문의 인용 횟수가 1만3000여회에 달하는 신소재 분야 권위자 박성주 교수, 미국 벨 통신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서울대 컴퓨터 신기술 연구소장을 지낸 컴퓨터 통신 네트워크 전문가 김종권 교수, 미국 물리학회 석학 회원이며 복잡계 이론 관련 세계적 권위자인 강병남 교수,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을 지낸 김기만 교수 등 10여명의 석학을 임용한 KENTECH가 에너지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일류 대학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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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선도 연구기관과의 융합연구 발판 마련

파괴적인 혁신과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융합연구를 지향하는 KENTECH는 국내외 다양한 연구기관과 양해각서(MOU) 교환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융복합 R&D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전력 분야 연구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미국 전력연구원(EPRI)과 MOU 교환을 통해 스마트그리드, 수소에너지, 에너지 AI 등 미래 에너지 산업 분야 R&D 협력을 약속했다. EPRI는 독립적인 비영리 연구기관으로서 미국 내 5개 지역에서 1000여 명의 연구진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연간 5000억원에 달하는 R&D 예산을 운영하는 전력 분야 최고 연구기관 가운데 하나다. EPRI는 Technology Innovation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연구기관 및 대학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협력 파트너가 된 국내 대학으로는 KENTECH가 유일하다.

세계적 연구기관인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올해 6월을 목표로 공동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그린수소 인프라 구축 및 공동연구 수행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프라운호퍼는 독일 전역의 75개 연구소에서 2만 9000여명이 근무하고 연간 예산이 약 4조원에 달하는 독일 최대의 연구기관이다. 연간 예산 가운데 약 3조원을 외부 연구과제 수주로 확보하는 등 기술 상용화에 특화됐다. 협약을 통해 KENTECH는 공동 연구, 인력 교류뿐만 아니라 기술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국가 에너지 산업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신설 대학과의 연구 협력은 이례적이지만 프라운호퍼는 KENTECH가 우수 교원과 수소에너지 분야 연구 역량을 보유했다고 판단, KENTECH를 연구 파트너로 택했다.

이 밖에도 3만3000여명의 직원이 종사하는 유럽 최대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프랑스 국립과학 연구원(CNRS)과도 업무협약을 맺어 전 세계적 화두인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R&D 역량과 연구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자 한다. KENTECH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조속한 전환을 위하여 국내외 연구역량 결집을 통한 미래 에너지 원천기술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총장 eyoon@kentech.ac.kr

〈필자소개〉

윤의준 총장은 서울대에서 학사·석사를 마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미국 AT&T 벨연구소 박사후보연구원으로 업무를 시작했고, 1992~2020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2011년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원장,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 주력산업 MD, 2017년 호암 공학상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 5월부터 한국에너지공대 총장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