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당 대표의 '갈등조장'

임이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복지분과 간사와 김도식 인수위원이 29일 오전 경복궁역 서울교통공사 경복궁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임이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복지분과 간사와 김도식 인수위원이 29일 오전 경복궁역 서울교통공사 경복궁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페이스북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 방식을 비판했다. 전장연의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그러면서 전장연 시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전장연이 시위 방식을 '탑승'으로 바꿨더니 29일에서야 “이게 애초의 요구사항”이었다고 말했다.

여당이 되는 당 대표의 '갈라치기'와 '사회적 약자를 향한 배려 없는 시선'을 두고 당내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전날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전장연 시위 현장을 찾아 “책임을 통감한다”며 무릎 꿇고 사과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 수없이 좌절하고, 현실에 부딪히면서 느꼈던 것은 바로 법과 제도가 제대로 안 돼 있으면 '떼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나 전 의원은 “전장연의 그때그때 달라요 식 시위 태도도 문제지만 폄훼·조롱도 정치의 성숙한 모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대표의 행동이 6·1 지방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왜 하필 장애인 단체를 상대로 이슈 파이팅을 하나”며 우려했다. 조수진 최고위원도 “국민의힘이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내걸고 있지 않나”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여기에 “당 차원이 아닌 제 개인 자격으로 하는 이슈 파이팅”이라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보다 더 타격인 것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발언이 계속 논란이 되자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는 이날 전장연을 찾아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경청을 약속했다.

전장연이 요구하는 바는 뚜렷하다.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해 달란 내용이다. 우리 사회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밖에서 화장실 한 번 가는 것, 식당 찾기, 소풍 한 번 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장애인이 버스나 전철 같은 대중교통보다는 개인적 이동 수단인 장애인 콜택시도 이용하지만 적은 차량 대수가 문제다. 일상에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문화가 선진국만큼 몸에 배어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구조적 상황을 외면한 채 '언더도그마'라며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을 마치 사회적 약자들이 '떼'를 쓰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문제다. 출근길 불편을 겪은 일반인들의 편을 들며 '불편함'만을 강조하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무시할 때 과연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정치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서 갈등을 해결하는 게 진정한 본령이다.

이 대표식 일반인과 장애인 구도의 갈라치기와 '갈등 조장형' 정치는 가장 나쁜 정치인의 표본이다. 민주주의 선거는 공부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직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뽑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의 생각이 당 전체를 대변한다면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