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가난도 범죄도 '뇌' 통해 대물림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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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자궁에서 결정된다.' 뇌의 일대기 중 생성기에 해당하는 태아 시절 자궁 안에서 다양한 요인으로 개인의 성격, 재능, 한계 등 정체성이 모두 정해진다는 의미다. 임신 중 산모 정신건강 중요성을 강조하는 뇌 과학 분야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가난과 범죄에 노출된 환경에서 태어나는 아기 또한 이러한 사회적 요인에 영향을 받을까? 이에 대한 해답이 최근 미국 연구팀에 의해 규명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진은 산모와 아기 399쌍을 대상으로 생후 수일에서 수주 사이 촬영한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하고 최근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뇌 스캔 사진을 분석한 결과 경제 상황이 어려운 산모가 출산한 아기는 상대적으로 고소득 가정에서 태어난 아기에 비해 뇌 크기가 작고 주름 또한 적고 얕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가 경제 상황이 어려운 경우 아기는 뇌 외피나 후부피질 회백질, 백질 등 뇌 전체 영역 크기가 모두 작았다. 뇌 주름도 덜 형성된 점도 뇌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형태를 보였다. 이는 뇌 구조상 작은 형태를 띠고 있는 탓에 일반적으로 건강한 뇌만큼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범죄 환경 노출 또한 뇌 기능 부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같은 산모와 아기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범 지역에 거주하는 산모의 아기는 뇌에서 감정을 조절하고 처리하는 부분이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적 여건이 뇌 전체에 영향을 미친 것과 달리 범죄 환경은 뇌 일부분에만 영향을 미쳤지만, 결국 임신 기간 중 처한 사회적 환경이 태아 뇌 형성에 필수적으로 관여한 것이다.

앞서 진행됐던 연구에서도 이런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영국 에든버러대학 의대 연구팀은 지난 2020년 임산부 78명을 대상으로 측정한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cortisol)' 수치와 출산한 아기 뇌 MRI 영상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코르티솔 수치가 높은 산모가 출산한 아기는 사회적 행동 및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편도체 구조와 신경 연결망이 정상아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편도체 기능 부족은 향후 자폐증이나 조현병, 조울증, 우울증 등 정신장애와 연관성이 깊다는 과거 연구 결과들을 통해 연구팀은 이들 아기가 성장 간 행동이나 감정 조절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연구 결과는 임신 중 사회적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갖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의미한다. 특히 그동안 주로 신빙성 보장이 어려운 설문조사 형태를 통해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반면, 실험적 연구 결과를 통해 다시 확인되면서 학계와 연구계는 주목하고 있다.

결국 태아 시절을 통해 생애 뇌 질환 가능성이 결정된다는 점이 연구 결과를 통해 증명되면서 뇌 생성기와 생애 범죄 가능성을 연결하려는 후속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산모 환경 개선에 대한 지원 필요성도 강조된다. 성장 시기를 거치며 처하는 사회적 환경과 후천적 교육 영향 또한 중요하지만 이는 태아 시절 지니고 태어난 내적 한계나 차이를 극명하게 넘어서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임산부 생활비 지원 등 경제적 상황 개선책이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범사회적 교육훈련 등이 향후 건강한 아이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학계는 강조하고 있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