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12>분명한 출발점을 찾는다면

냄비 속 개구리. 유명한 비유다. 위기를 인식 못한 누군가를 빗댈 때 단골로 인용된다. 이것이 전하고자 하는 은유의 적절함과 생물학적으로 사실인지는 다른 얘기다. 설이 많기는 하지만 가장 그럴 듯한 대답은 탈출이 허용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누군가의 설명에 따르면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개구리의 버둥거림은 커진다. 만일 용기가 열려 있고 턱이 너무 높지 않다면 개구리는 뛰어넘을 것이다. 결국 개구리가 처한 상황보다는 능력에 의해 결과가 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뭘 혁신해야 하나' 대신 많은 기업들은 '어떻게 혁신해야 하나'고 묻는다. 물론 '무얼'이란 것을 명확히 알고 있다면 이 두 번째 질문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작 이 '무얼이 무엇이어야 할지'를 아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많은 경우 숙고 끝의 첫 질문은 '어디서 시작해야 하나요'가 되기 마련이다. 물론 수많은 시작점이 있겠다. 하지만 그 가운데 분명한 하나는 큰 비용을 치르는 곳부터란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예로 들 것은 얼마든지 있다. 토요타자동차라면 어떨까. 이즈음 토요타는 유연생산시스템을 거의 완성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고 보니 판매와 유통에 병목 현상이 생겼다. 높아진 생산 효율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토요타는 요즘 우리의 어느 자동차 기업처럼 제조와 판매 두 기업으로 분리한다.

그런데 여전히 문제가 가시지 않았다. 판매유통 비용이 전체 비용의 20~30%가 됐다. 주문을 생산라인에 전송하고 완성차를 고객에게 전달하는데 걸리는 제작 시간의 10배나 걸렸다.

1982년에 두 회사는 다시 합병한다. 하지만 생산성은 그리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우선 주문이 들어오면 얼마간 쌓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로소 생산계획으로 전달됐다. 그러니 이만큼의 시간 지연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걸 해결하자니 주문은 더 작은 단위로 바로 공장에 전달되고 실행돼야 했다. 결국 기존에 필요하던 몇 단계를 건너뛰도록 바꿨다. 이렇게 총소요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토요타가 기치로 내건 '마케팅 기반 생산'의 근간이 된다. 물론 그만큼 비용도 줄어들었다.

미쓰비시전기도 비슷한 착안을 했다. 에어컨 시장에서 미국 가전사들의 경쟁이 본격화될 무렵이었다. 뭔가 제대로 된 혁신이 필요했다. 착안을 시작한 것은 프레온 라인이라 불리던 것이었다. 에어컨에 없어서는 안 될 이것은 꽤나 번거로운 작업거리였다. 우선 구리로 만든 튜브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꺾임 없이 매끄럽게 굽히고, 납땜으로 본체에 붙여야 했다. 그다음 이상이 없으면 프레온 가스를 주입한다.

그런데 이 손작업 하나에 성능의 태반이 정해졌다. 미쓰비시는 착안 끝에 미리 프레온가스가 주입된 호스를 연결부에 끼워 넣으면 되도록 바꾼다. 이것으로 생산성도 올라갔지만 무엇보다 품질이 믿을 만 해졌다. 물론 설치가 쉬워진 건 덤이었고, 유통 중의 파손과 불량도 되잡을 수 있었다.

서서히 끓는 물에 빠져 죽는 개구리가 있을까. 정신줄을 단단히 놓친 개구리가 아니라면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과 경제는 그렇지 않다. 반복된 실수와 헛짓을 하다 보면 정작 시간과 기회를 낭비한다. 마침내 스트레스, 경련, 경직이 온다. 그리고 기절한다. 익히 잘 알고 있는 그 순간이 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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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