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신뢰잃은 스테이블코인…리스크 확대

규제 영역 밖에서 운영
리스크 과소평가 우려
부실화…연쇄 지급불능

[스페셜리포트]신뢰잃은 스테이블코인…리스크 확대

시가총액이 50조원에 달했던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몰락함에 따라 규제 영역 밖에서 운영돼 온 스테이블코인 규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급격한 가격변동이 특징인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달리 구조적으로 페깅(가격연동)이 이뤄져 있다는 측면 때문에 이번 사태와 같은 위험성이 그동안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고등 잇따라…투자자들 대거 탈출

미국에서는 이번 루나 사태 이전에도 여러 차례 스테이블코인의 리스크 문제에 대한 경고가 이어져 왔다. 지난해 6월 스테이블코인으로 발행됐던 '타이탄(TITAN)'이 65달러에서 0달러대로 폭락하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타이탄은 1코인이 1달러와 가격이 연동되도록 페깅돼 있었지만 미 프로농구단 댈러스 매버릭의 구단주 마크 큐반이 이 코인을 사들이면서 시세가 급격히 상승했다. 하지만 과매수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타이탄을 시장에 내다팔기 시작하자 지급불가 상황이 올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대거 탈출하면서 일종의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다.

이와 같은 스테이블코인 리스크와 관련,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진행된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연레 보고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위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UST로 알려진 스테이블코인 가치가 하락했고 이는 위험요인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리 겐슬러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역시 이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3대 스테이블코인이 모두 가상자산거래소와 연관돼 있는데 이는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화 담보 테더도 비틀…무너지면 도미노 사태

스테이블코인은 가치를 담보하는 방식에 따라 통상 법정화폐 기반, 가상자산 기반, 알고리즘 기반으로 분류된다. 올해 1월 기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규모는 약 1556억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지난 12개월 동안 다섯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가 대표적인 법정화폐 기반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USDT는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4년 출시된 테더는 가상자산의 '가격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초기 가상자산은 탈중앙화 환경에서 이중장부 등 문제를 해결했지만 가격 등락이 심해 실생활에서 거래에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테더는 1USDT가 1달러 가격에 연동되도록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이는 테더가 '보유 증명(PoR)'이라는 합의 알고리즘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테더는 발행량과 보유한 달러 규모를 일치시켜 가치가 안정되도록 신뢰를 유지한다. 또한 테더가 보유한 은행 잔고상의 달러를 회계법인 감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특징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에서 USDT는 사실상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법화 대신 USDT를 이용해 외국 거래소에서 코인을 매입하는 방식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금 대신 USDT를 보유한 상태로 가상자산 시장 변동을 주시하는 투자자들이 많으며 이를 예치해서 높은 이자로 돌려주는 디파이 서비스도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테더 문제는 전통 금융기관과 비교할 때 근본적으로 신뢰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은행 역시 지급준비금이 부족하면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는데 테더가 공개하고 있는 달러 비축분 정보가 투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를 키워왔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테더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예치금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4100만달러 상당 벌금을 내고 합의를 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제도권 밖에 있기 때문에 준비자산 구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이와 관련한 공시 제도 등도 정비돼 있지 않다. 테더를 제외한 일부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회사채나 지방채, 혹은 다른 가상자산을 담보로 두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 준비자산이 부실화됨에 따라 연쇄적으로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달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전반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테라·루나 가치가 폭락하면서 일부 시장에서 USDT 페깅이 일시적으로 깨지기도 했다. 지난 12일 1USDT는 일시적으로 0.94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사흘여 만에 간신히 가격을 회복했다.

이와 관련 파올로 아르도이노 테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테더는 현재 충분한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블랙스완에 대응할 수 있다”며 “고객들의 USDT-달러 환전을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