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평구 지질연 원장 “첨단 산업 기반되는 '희소금속' 확보로 국가와 국민에 보답”

곧 취임 6개월을 맞는 이평구 지질연 원장은 우리가 직면한 희소금속 등 자원 수급 어려움 해소에 기관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곧 취임 6개월을 맞는 이평구 지질연 원장은 우리가 직면한 희소금속 등 자원 수급 어려움 해소에 기관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국민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한다. 국난 시기에는 해법 마련 일선에 나선다. 근래 일본에서 비롯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사태 당시에도 출연연 역할이 컸다. 이것이 출연연 존재 의의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역시 지질연의 향후 역할을 이런 관점에서 보고 있다. 우리나라가 직면한 '희소금속' 등 자원 수급 어려움 해소에 기관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국민 혈세를 빚져 온 자신과 지질연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곧 취임 6개월을 맞는 이 원장을 만나 자원 관련 향후 계획, 출연연으로서 해야 할 여타 역할과 마음가짐 등을 들어봤다.

-근래 리튬, 코발트를 비롯한 희소금속 수급 중요성을 논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연한 얘기다.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핵심 분야인 전기 자동차가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움직이는 배터리에 리튬과 코발트, 망간 등 희소금속이 필수다. 환경을 위해서도 그렇고 첨단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희소금속 수급은 매우 중요하다. 배터리 양극재용 리튬 가격은 지난 5년간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문제는 과거 소부장 사태 때와 같은 '공급망'이다. 멕시코는 리튬 개발을 국유화하고 있고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리튬 공급량을 조절하며 '신 자원 민족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K-반도체, K-배터리 등 국내 핵심 산업이 원료 수급에 실패해 휘청거릴 소지도 있다.

특히 니켈이나 코발트, 리튬 등 희소금속은 가공산물 70%를 중국이 조달하고 있어 앞날을 대비해야 한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산지에 영향력을 확보하고 공급망을 틀어쥔 결과다. 언젠가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과거 '희토류' 전례가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 90%를 차지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후 공급에 제한을 준 바 있다. 지금은 미국, 호주 등지에서 재차 희토류 생산을 시작해 중국 공급량이 60%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당시 사태로 자원 민족주의의 등장, 자원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주목받았다. 상황에 따라서는 희소금속 관련 부분이 희토류 당시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

-희소금속 공급망 다변화 해법은 무엇일지.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손이 미치지 않는 나머지 30%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내에 있는 희소금속 광상을 찾아내고 개발하는 방법도 있다. 익히 우리나라가 '자원 빈국'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관련 시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원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우리나라가 자원 빈국이라는 자조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1960년대 태백산 광화대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광물자원 조사가 있었는데 이후 아직 큰 규모의 조사가 없었다. 당시에는 철과 아연, 구리와 같은 '베이스 메탈'을 찾는 데 조사 역량을 집중했다. 실제 희소금속 광상이 있어도 그때에는 중요하지 않았기에 신경을 안 쓴 것이다. 예를 들어 경북 울진군의 경우 리튬 페그마타이트 광상이 나오는 곳인데 1960년대 이후 꽤 시간이 흐른 1980년대 후반에 조사했는데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애초에 리튬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자원 조사를 꺼린 것 역시 또 다른 이유다. 자원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곧 조사사업 실패를 뜻하기 때문이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연구 문화와 제도가 이런 결과를 낳는 데 영향을 끼쳤다. 애초에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다는 생각에서 이뤄진 일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실패를 두려워 않는 도전에 나서야 한다.

[인터뷰]이평구 지질연 원장 “첨단 산업 기반되는 '희소금속' 확보로 국가와 국민에 보답”

-국내에서 희소금속 등 광상을 찾는 사업을 진행하는 건가.

▲잊혀 있던 국내 광물자원 탐사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국내 33개 휴·폐광을 중심으로 배터리 양극재 원료 광종인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를 집중하여 탐사코자 한다. 2세대 국내 희소금속 신규 광상 자원탐사다.

특히나 첨단 스마트마이닝 기술로 성공률을 높이고자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협력 연구도 추진한다. 현재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기술, 드론 및 항공 탐사, 3D 탄성파 탐사기술 등으로 국내 휴·폐광지역에서 전기 배터리 핵심 광물 탐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미래형 탐사기술로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AI 기반 자원량 예측 및 활용 플랫폼 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다.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기도 했다. 앞서 말한 울진에서 2020년부터 리튬을 탐사하고 있다. 조사한 바로는 리튬의 품위, 즉 함유량이 4.7%로 리튬으로 유명한 호주 그린 부시광산(2.8%)보다 높다. 물론 매장량에 따라 경제성이 판가름 나겠지만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보암 광산 탐사에도 지질연 노하우가 담긴 다양한 최신기술을 적용했다. 현재 탐사 대상지를 17.5㎢ 규모로 좁혀 부존량을 산정 중이다. 내년에는 울진 리튬 광화대 3D 지질 모델을 고도화해 잠재자원량 예측이 가능할 전망이다.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지질연 하면 '지진'만 떠올리는 국민이 많은데, 우리 역할과 책임(R&R)은 '육상·해저 지질조사, 지하자원 탐사·개발·활용, 지질재해 및 지구환경 변화 대응기술 연구개발(R&D)과 성과확산'을 아우른다. 보다 국가와 국민의 경제활동에 밀접한 역할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자원만으로는 미래 대비가 가능할지.

▲해외에서도 유망자원 채굴권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역시 지질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지질연의 자원개발 기술협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주요 협력국인 호주(CSRIO), 캐나다(GSC), 카자흐스탄, 몽골, 태국, 인도네시아 등과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 협력을 진행 중이다. 일종의 '동맹국 활용 전략'이다. 특히 카자흐스탄과 몽골 등은 우리 탐사기술을 적용한 자원개발 요청을 계속하고 있다. 기술과 관련 교육 제공 시 향후 자원탐사권 확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관련 세부 사항을 검토 중이다.

이런 전략은 우리 산업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지질연은 광물의 선광, 제련 등 2차 가공 산물을 만드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재활용, 2차 산물(광물 부산물) 생산 중소기업 육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다시 쓰는 것도 중요한 접근방법이다. 언젠가 지하자원이 고갈되면 재활용 기술이 빛을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폐배터리 핵심 원료 재활용 기술을 개발했다. 2016년부터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 희소금속을 폐배터리 셀 기준 98%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 해외에서도 기술개발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데 우리는 상용화 및 마무리 단계가 들어갔다. 리튬이차전지 원료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올해부터 기관 주요 사업으로 후속 연구에 돌입,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활발한 기술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희토류 관련해서도 희토류 재활용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소재 업체와 상용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인터뷰]이평구 지질연 원장 “첨단 산업 기반되는 '희소금속' 확보로 국가와 국민에 보답”

-자원 외 분야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글로벌 기후 위기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 연구에도 힘쓸 계획이다. 지질자원 기후변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역시 우리 의무다. 이산화탄소(CO₂) 처리 기술을 적용한 대용량 저장소 확보가 최우선 고려돼야 한다. 지질연은 서해 군산 분지에서 대규모 CO₂ 땅속 저장 최종 후보지를 확보하기 위해 예비조사를 올해 시작했다. 내후년에는 6000톤급 최첨단 물리탐사 연구선 탐해 3호를 활용, 7억톤 규모 CO₂ 저장소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이미 원천기술을 확보한 광물 탄산화 기술과 연계, 탄소포집기술(CCUS) 상용화에도 나섰다. 이밖에 기후변화 예측 기초연구 역량 강화, 안정적인 지하수 확보 및 생태환경 보전 연구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이런 기후변화 기술 관련 연구는 단순히 과학기술 발전에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지진이나 화산활동을 예측해 대비하는 연구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이다. 특히 지난 2017년 경주지진 발생 이후 양산단층 전 구간 활성단층 1단계 조사를 마무리하고 최신기술로 다학제적 연구를 수행 중이다. 동남권 해저 활성단층 조사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동남권 조사로 얻은 기술과 역량을 바탕으로 충청권과 수도권 활성단층 조사도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갖가지 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 지진재해 방재시스템을 구축하고 혹시 모를 지진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 지진에 대비하는 연구도 강화할 계획이다. 미래 어느 시점에 지진이 발생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내가 사는 지역 근처에 지진단층이 존재하는지 여부, 실제 강진이 발생하면 어느 정도 세기로 흔들리지는 알 수 있다. 이런 물리적, 통계적 정보를 제공해 시설물 내진 설계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

화산 관련으로는 백두산을 포함, 국내 화산활동 모니터링과 화산 재해 연구를 지속해 추진코자 한다. 물론 백두산은 국내외 여건상 접근이 어렵다. 한라산과 울릉도, 국내 내륙에 알려지지 않은 화산지형과 분화구 연구를 통해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향후 백두산 화산 연구에 대비할 계획이다.

사실 희소금속 사례와 마찬가지로 한라산 역시 베일에 가려진 측면이 있다. 실제 한라산이 휴화산인지 활화산인지 정확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고 자료도 명확하지 않다. 한라산에는 올해부터 조사 세팅을 시작했다.

[인터뷰]이평구 지질연 원장 “첨단 산업 기반되는 '희소금속' 확보로 국가와 국민에 보답”

-우주 관련 연구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지질연 역할에 맞는 일인지 의문이 드는데.

▲역으로 질문을 해보겠다. 우주 천체에 당도하면 우리 인류는 무엇을 하게 될까. 현지에서 활동하려면 물과 산소가 필요한데, 현지 조달 가능한 양이 얼마나 어디에 있는지 알려면 어떤 학문이 필요한가. 바로 지질학, 즉 지질연의 영역이다. 토양에서 식물이 자랄 수 있느냐에 대한 연구도 지질연이 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현장에서 자원 확보에 쓸 제련 장비를 만드는 것도 우리 역량이 필수다. 물론 우주로 나아가고 천체에 당도하기 위한 것은 우리 영역이 아니지만 그 뒤에는 우리가 '주인공'이다. 그래서 지난해 9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과 우주자원 활용기술 개발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NASA RESOURCE 프로젝트와 연계해 우리의 강점인 우주현지자원활용기술(ISRU)에 많은 연구와 준비가 앞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고자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출연연에 몸담은 지 36년이다. 그동안 내 돈 들여 연구한 적이 없다. 국민 혈세를 빚져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을 키웠다. 보답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지질연은 부를 창출하는 기관은 아니다. 그래서 나와 우리 연구자들이 진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민한 결과 '연구 성과'로 되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지질연 연구영역에서는 드물게 10년간 15편 논문을 썼다. 내가 연구한 것을 논문화해 다른 학자들이 보고 새로운 연구 토대로 삼게끔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덕분에 과학기술훈장 혁신장을 받는 분에 넘치는 영광도 있었다.

기관장이 된 지금도 방법은 다르지만 같은 생각이다. 이전보다 도전적인 기관 운영으로, 보다 국민 삶에 근접한 성과를 많이 내고자 한다. 기관장 역할을 다하게 됐을 때 나 스스로 '잘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이평구 지질연 원장은

이평구 지질연 원장은 고려대에서 지질학 학사학위와 광상학 석사학위를 받고 프랑스 오를레앙대에서 지구화학 박사학위를 얻었다. 1985년 연구원으로 지질연 생활을 시작해 원장인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06년에는 소방방재청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2020년에는 과학기술훈장 혁신장(2등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