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18>크로스로드에 서 보다

'교차로.' 유현목 감독의 1956년작 영화다. 가난 탓에 다른 집에 입양된 쌍둥이 얘기를 담았다. 줄거리의 긴장감은 제목이 말해 준다. 쌍둥이 가운데 한 명은 가난한 집, 다른 한 명은 부유한 집으로 입양된다.

마치 교차로가 그런 것처럼 이 둘은 나중에 부모를 찾아 나서고, 마침내 서로 만나게 된다. 마치 교차로 초입에 있는 네거리 가게들이 정처 없는 방랑객이나 벤데도르(vendedor)들의 만남 장소였던 것처럼.

혁신 가속화는 모든 이의 꿈이다. 그래서인지 '이노베이션 팩토리'란 용어도 흔한 구호가 됐다. 이것의 정의야 다양하겠지만 이것들엔 공통 요소들이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엔 교차수분(cross-pollination)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이 점에서 프록터앤드갬블(P&G)은 누구에도 뒤지지 않았다. 미국 신시내티에 본사를 둔 이 소비재 기업의 '커넥트 개발'이란 방식은 꽤나 유명했다. 사내 연구개발이 지지부진하자 외부 혁신을 가져오기로 한다. 그리고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제품 출시까지 성과 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그렇다고 이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P&G는 더 새로운 혁신 방식을 찾아보기로 한다. 우선 경쟁기업이 아니라면 직원을 교류했다. 여하튼 혁신은 사람에게서 나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2008년 P&G와 구글은 직원을 교차해 보기로 한다. P&G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더 많이 알기 원했고, 구글은 전설이 된 P&G의 브랜드 개발 비법이 궁금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10년 P&G는 한발 더 나아가 보기로 한다. 우선 커넥트 개발 투자를 세 배로 늘린다. 매출 가운데 30억달러를 이 개발로 올리겠다는 분명한 목표도 세운다. 협력 대상은 공공연구기관과 대학, 심지어 중소기업이나 협회로 확장했다.

경영 관행도 바꾸기로 한다. 원래 최고경영진이라면 내부 승진이 문화로 되어 있었다. 이는 P&G만의 안정 경영 근간이었다. 하지만 이건 또한 자신의 핵심 역량을 넘어선 새로운 비즈니스 문화를 만드는 데에는 걸림돌인 게 분명했다.

P&G는 프랜차이즈 기반의 혁신도 시도해 보기로 한다. 물론 이런 혁신 방식에는 문외한이었다. 2008년 애자일 혁신이라고 이름 붙인 자회사를 만들고, 모기업의 브랜드를 따서 '타이드 클리너스'(Tide Cleaners)라는 세탁소 체인을 론칭한다. 어찌 보면 예전 세탁소와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드라이브 스루에다 24시간 무휴로 세탁물 픽업과 배달을 실시했다.

대학 캠퍼스에는 묶음 세탁 서비스도 있었다. 세탁물을 타이드 클리너 가방에 넣어서 갖다 놓고 앱으로 알리면 48시간 후에 세탁은 물론 다림질까지 되고 향기까지 풍기는 새 옷이 되어 돌아왔다.

많은 혁신이 탐내는 보석 같은 요체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혁신이 스스로 둥지를 깨고 나오게 하는 데 있다. 이렇게 얻은 우연하고 뜻밖의 발견은 수없이 많다. 알렉산더 플레밍의 눈앞에 포도상구균이 사라진 팔레트를 내놓은 것은 실상 푸른곰팡이 자신이었다.

우리는 매번 십자로에 선다. 어느 방향으로 향해야 할지 선택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한 모퉁이에 삐뚜름하게 세워진 가게의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잠시 바람을 맞고 있으면 시간 여행자들의 수많은 얘기가 들리는 듯하다.

우리가 원한다면 들려줄 혁신 얘기가 이곳에 얼마든지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