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국산화' SK, 최태원-최창원 오너가 집념 결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사진=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사진= SK그룹 제공]

SK그룹이 코로나19 백신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바이오 사업 추진 35년 만에 'K-바이오'를 선도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바이오 주권 확보를 위한 오너가의 '사업보국'(기업을 일으켜 국가에 보답한다) 정신이 요인으로 꼽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멀티주'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받았다. 글로벌 백신 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FUL) 등재를 추진한다.

SK그룹은 K-바이오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특히 불과 35년 만에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공 배경으로는 오너가 의지가 꼽힌다. SK그룹 바이오 사업의 시작은 고 최종현 선대회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선대회장은 1980년대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바이오를 지목했다. 1987년 선경인더스트리 산하에 생명과학연구실을 설립했다. 합성신약, 천연신약, 제제, 바이오 등 4개 분야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실은 1999년 3세대 백금착제 항암제 '선플라'를 개발했다.

선플라는 국내 및 세계 최초 신약이다. 국내 근대의약이 시작된 지 약 100년 만에 신약 주권을 확보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은 이를 계승했다. 2001년 국내 1호 천연물 신약 '조인스'(관절염 치료제), 2007년 신약 '엠빅스'(발기부전 치료제)를 잇달아 개발, 국내 35개 합성신약 가운데 2개를 보유하게 됐다.

특히 백신 기술은 최창원 부회장 부임 이후 본궤도에 올랐다. 그는 2006년 SK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프리미엄 백신개발을 위한 '스카이박스(SKYVAX)'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경북 안동에 백신 공장을 설립했다. 지난 2016년 세계 최초 세포를 배양, 네 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독감백신(스카이셀플루) 개발을 이끌었다.

세포배양 기술은 유정란 백신 대비 생산 기간이 짧고 효율이 우수하다. 독감 대유행 상황에도 신속 대처할 수 있다.

이후 최 부회장은 2018년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 K-백신 노하우를 고도화했다.

반면 최태원 회장은 신약 개발에 주력했다. 그는 SK바이오팜을 설립, 2019년에 각각 수면장애 및 뇌전증 신약 '수노사' '엑스코프리' 등을 개발과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견인했다.

국내에서 신약후보 물질 발굴과 임상, FDA 승인, 마케팅 등까지 독자 수행 가능한 기업은 SK가 유일하다.

SK그룹 바이오 사업은 지속 확장하고 있다. 바이오를 2030년 이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목표다. 현재까지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SK팜데코 등 신약과 백신, 제제, 의약품 위탁생산 등을 아우르는 관계사와 계열사를 뒀다. 네 개 기업 매출은 2019년 9532억원에서 2021년 2조4022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해외 공략도 병행한다. 2017년 글로벌 제약사 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CMO)과 2018년 미국 위탁개발·생산업체(CDMO) 앰팩(AMPAC)을 차례로 인수했다. 국내 최초로 한국과 미국, 유럽에 바이오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했고, 지난 1월에는 미국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기업 CBM에 투자했다.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까지 생산 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났다.

SK그룹 관계자는 “향후 5년간 바이오 사업에 6조원 이상 투자할 예정”이라면서 “K-바이오 글로벌 영토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