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제안 무효 아쉽지만…대형마트 의무휴업 단계적 완화 기대

서울 한 대형마트의 정기휴무일 알림판(사진=연합)
서울 한 대형마트의 정기휴무일 알림판(사진=연합)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다룬 '국민제안 온라인 국민투표'가 어뷰징(중복 전송)을 이유로 무효화되면서 업계 기대감도 한풀 꺾였다. 다만 투표 결과가 관련 부처에 공유됐고 새 정부 들어 유통산업 진흥 기조가 분명한 만큼, 의무휴업에 대한 단계적 규제 완화 시도가 지속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1일 '국민제안 톱10' 대국민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지만 어뷰징 사태로 인해 이번에는 순위를 선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총 10개 안건 중 1위로 꼽혔지만 어뷰징으로 인해 변별력이 떨어져 상위 안건을 선정 발표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형성된데다, 실효성 논란이 수면 위에 떠오른 만큼 규제 완화 정책이 앞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아쉽지만 업계 숙원과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본다”면서 “이번 투표결과가 아니더라도 소비자 편익과 규제 형평성 측면에서 의무휴업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매월 2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영업 규제가 소비 위축과 온라인 성장만 촉진시켰을 뿐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새 정부 들어 규제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형마트는 의무휴업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프라인에 집중된 규제가 실효성과 형평성에 어긋날 뿐더러 역차별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적에도 악영향이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정진욱 연세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영업 규제로 말미암은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는 2조800억원, 소비 증발은 1조1765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1조6589억원 규모의 소비자 후생 감소과 8690억원의 중소 협력사의 매출 하락 등 간접적 영향을 감안하면 의무휴업 폐지로 말미암은 생산 유발 효과는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의무휴업 규제 완화 동력으로 기대했던 국민제안 정책화가 외부 변수로 무산되면서 업계 기대도 주춤한 상태다. 기존에도 반대 여론으로 인해 법 개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됐다. 유통법 개정을 위한 여야 합의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급진적 폐지보다는 지자체별 조례 개정을 통한 단계적 완화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조춘한 경기과기대 유통연구소장은 “대형마트 규제로 인한 소비 위축과 이탈이 지역 상권 공동화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면서 “각 지역 상황에 맞춰 휴업일을 조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점진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의무휴업 요일을 원칙적으로 공휴일로 정하되 이해관계자가 협의하면 휴일이 아닌 날을 별도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고양시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이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유지하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공휴일 원칙을 없애고 지역별 특성에 맞춰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제안 무효 아쉽지만…대형마트 의무휴업 단계적 완화 기대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