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기업이 '후각'을 디지털 센서로 구현한 신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에 나섰다. 사람의 오감(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가운데 가장 데이터화하기 어려운 감각으로 꼽히는 후각을 디지털로 전환, 제조·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 서비스를 발굴할 계획이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특수 기계 전문업체 히타치제작소가 최근 음파를 활용해 다양한 냄새를 알아낼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제품은 빛을 비추면 진동하는 냄새 분자 특성을 활용했다. 분자 진동에 따라 발생하는 미약한 음파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냄새 종류·농도 등을 측정한다. 이르면 오는 2024년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히타치는 통신 시스템 사업에서 연구한 광음향 기술을 냄새 센서에 적용했다. 음파로 냄새를 알아내기 때문에 여러 냄새가 섞이면서 발생하는 미묘한 변화도 파악할 수 있다. 식품 공장 품질관리, 공장 내 가스 누출, 각종 유류 사용 가능 여부 확인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화학기업 아사히카세이는 청주의 냄새 데이터를 이용한 제조 지원 서비스를 시작한다. 가스가 닿으면 형태가 바뀌는 막을 탑재한 자체 개발 초소형 정밀기계 시스템(MEMS)을 투입한다. 각 막의 변형 정도를 전기 신호로 바꿔 청주 주조 시 발생하는 가스 종류, 농도 등을 해석한다.
통상 양조 공정에서는 숙련된 전문가가 직접 냄새를 맡아 발효 상태를 확인한다. 하지만 일일이 모든 탱크를 점검해야 해서 몇 시간 이상 소요된다. 아사히카세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이 같은 번거로움을 줄이는 것은 물론 일손 부족도 해결할 수 있다.
부품기업 다이요유덴은 내년부터 공장 설비를 점검하는 냄새 센서 사업화에 나선다. 해당 센서와 카메라 모듈을 탑재한 로봇이 설비 내부로 들어가 나사 부식이나 전선 탄화에 따른 냄새를 확인한다. 이 같은 냄새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향후 특정 냄새가 어떤 상황에 가장 가까운지를 판정하게 된다.
인간은 코 내부 수용체로 냄새 성분을 감지한다. 하지만 냄새는 방대한 종류의 화학물질로 이뤄져 있고, 여러 냄새가 섞인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후각의 디지털화 관련 연구·개발(R&D)이 다른 감각에 비해 늦어졌다.
닛케이는 최근 냄새를 구성하는 분자를 찾아내는 센서와 이를 분석·해석하는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일본 기업들이 관련 서비스 상용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은 오는 20226년 냄새 디지털화 관련 시장이 15억달러(약 2조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약 50% 성장한 규모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