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경제사법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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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에는 다양한 별명이 따라붙는다. 전임 위원장은 공정위를 '시장경제의 정원사'라고 표현했다. 정원사가 수목의 가지를 치며 성장을 유도하듯 공정위도 시장경제에서 불필요한 잔가지를 정리한다는 의미였다. 기업에 대한 조사 권한이 강력한 만큼 '재계 저승사자'라는 서슬 퍼런 별칭도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위에 경제부처가 아닌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업무보고도 금융위원회와 함께해 오던 관행을 깨고 법무부·법제처와 함께 실시, 지난 정부와는 공정위 역할이 달라질 것을 예고했다.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정확하고 맞는 방향이다.

'경제 검찰'까진 아니더라도 시장경제에서 핀셋의 감시자 역할을 하고, 시장 교란 행위를 막는 첫 행동대장이 공정위의 태생적 의무이자 역할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책임만큼이나 경제적인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경제부처로서 비출 수 있는 이중적인 모습이 있다.

예를 들어 인수합병(M&A)이나 담합으로 말미암아 경쟁 압력이 약해지는 경우 가격이 올라갈지, 소비자 후생을 해칠지를 분석하려면 상당한 경제학적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검찰과 다른 점도 이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경제부처로 분류한 정부기관에 요청한 내용을 보면 공정위는 경제부처라는 꼬리표는 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각 부처 장관들을 모아놓고 '모든 부처의 산업부화'를 주문했다. 국방부에는 방산 수출, 국토교통부에는 해외 건설사업 수주를 강조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때는 '영업사원'이 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공정위는 법 위반 행위를 조사하고 제재하는 사법 준기관으로서의 기능과 조직을 재정비해야 할 때다.

윤 대통령의 경제 사법기관 발언 이전에도 공정위에 대해 설명할 때 '준사법기관적 성격을 띤다'는 내용은 빠지지 않았다. 정권에 따라, 기관장에 따라 경제검찰의 역할은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했지만 본질적인 업무라는 점에서는 변하지 않는다.

공정위가 독과점 기업의 출현을 막으려 하는 것, 불공정한 행위를 제재하는 것은 공정한 시장경제를 위해 필수적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어떤 행위가 법 위반 행위가 되는지, 그에 따른 제재 절차와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기업에서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정위가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을 두고 검찰과 기싸움을 하고 있다. 검찰의 공정거래조사부는 최근 공정위보다 앞서 담합 혐의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 출신 대통령으로부터 '경제사법기관' 역할을 주문받은 공정위가 '검찰의 2중대'가 되지 않으려면 조사 과정에서 철두철미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공정위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다. 조사와 정책을 분리하는 이번 개편을 통해 공정위는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더욱 명확히 할 수 있는 조직으로 새롭게 탄생해야 한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