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NFC 결제 뚫은 애플페이...시장은 벌써 '충성고객' 잡기 경쟁

'또래 집단 문화' 아이폰 선호
MZ·알파세대, 간편결제 유입
단말기 설치 문의 가맹점 속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국내 간편결제 일평균 이용규모주요 결제사업자별 처리금액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마침내 국내에 상륙한다. 금융당국이 장고 끝에 국내 애플페이 상용화를 최종 허용했다. 현대카드가 이르면 내달 중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NFC 결제 서비스 '불모지', 지급결제 '갈라파고스'이던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스페셜리포트]NFC 결제 뚫은 애플페이...시장은 벌써 '충성고객' 잡기 경쟁

◇“통일보다 빨랐다”…'다음 달 페이' 대표주자 '애플페이' 끝내 상륙

애플페이는 애플이 2014년 공개한 NFC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다.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토큰을 애플만 접근 가능한 'eSE(embedded secure element)'에 저장하고, 결제 때 생체인증을 통해 아이폰 내부에 저장된 토큰을 불러 비접촉 방식으로 결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토큰은 토큰 서비스 제공자에게 전송되며, 토큰 자체에 문제가 없다면 카드사로 전송해 최종 결제가 이뤄진다. 토큰 자체는 카드를 대체하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해 결제하는 삼성페이와 달리 인터넷 없이도 결제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애플페이 국내 도입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앞서 국내 카드사들은 2015년 애플과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했지만 애플페이 사용에 따른 수수료와 결제 단말기 투자 주체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한 카드사가 재차 애플페이 도입을 타진했지만 이 역시 협의가 결렬됐다. 그 사이 삼성전자가 개발한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결제 솔루션 삼성페이가 국내 비접촉 결제 시장을 장악했다. 이 때문에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애플페이는 “통일 후에나” “다음 달 페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韓 간편결제 시장, 글로벌 공룡이 들어온다

애플페이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의 대표 간편결제 서비스인 만큼 규모부터 남다르다. 애플페이는 현재 세계 70여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싱가포르 등 선진국은 물론 최근에는 요르단과 쿠웨이트에서도 서비스가 시작됐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10위권 국가 가운데 애플페이가 도입되지 않은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애플페이 사용자 수는 2016년 말 6700만명 수준이었지만 △2017년 말 1억3700만명 △2018년 말 2억9200만명 △2019년 말 4억4100만명 △2020년 말 5억700만명으로 매년 두 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용자 수가 급격하게 늘면서 처리금액도 확산일로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글로벌 결제시장에서 애플페이 처리금액은 6조3000억달러로 1위 비자(10조달러) 다음이다. 애플페이에 이어 △알리페이 6조달러 △마스터카드 4조7000억달러 △구글페이 2조5000억달러 순이다. 삼성페이는 2000억달러 규모로 애플페이의 3.1% 수준이다.

◇삼성페이가 장악한 韓, 애플페이 출현으로 지각변동 불가피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은 삼성페이가 장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간편결제 이용액 중 휴대폰 제조사 비중은 24%에 달한다. 휴대폰 제조사 중 국내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삼성전자 삼성페이가 유일하다. 전자금융업자와 금융회사의 경우 자체 앱카드와 QR결제를 지원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이 비중은 크지 않다. 대부분이 온라인에 특화된 서비스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간편결제 일평균 이용 규모는 7231억원으로 전년 하반기(6533억원)보다 11%가량 증가했다. 간편결제 일평균 이용액은 △2020년 상반기 4009억원 △2020년 하반기 4969억원 △2021년 상반기 5590억원 등 가파르다.

이런 상황에 애플페이가 유입되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비롯해 알파세대(2010년대 초반부터 2020년대 중반 출생)까지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국내 1020세대는 물론 3040세대까지 애플 브랜드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7월 국내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1020세대의 주 사용 스마트폰 브랜드는 아이폰이 52%로 집계돼 과반을 넘었다. 3년 전인 2019년 조사(49%)보다 3%포인트(P)가 증가했다.

애플 선호는 '또래 집단 문화'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을 본 다른 청소년이 자연스럽게 애플 제품을 원하는 '애플 생태계'로 유입되는 것이다.

실제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애플페이가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기 전에 벌써 NFC 결제 단말기를 설치하겠다는 가맹점이 나타났다. 당초 NFC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은 전국 280만개 가맹점 가운데 약 3만개에 불과하다. 이에 애플페이가 도입돼도 부족한 NFC 결제 단말기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MZ세대와 알파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단말기 설치를 문의하는 가맹점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 MZ세대와 알파세대가 주로 찾는 패스트푸드, 편의점, 카페, 마트 등 가맹점들이 금융당국 허가 이전에 이미 애플페이 결제 단말기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밴(VAN)사 고위 관계자는 “통상 가맹점에 결제 단말기를 설치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협상을 제안하는 사례가 많지만 애플페이는 특히나 들어가기 어려운 대형가맹점에서 먼저 설치 요청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오랜 기간 결제시장에서 몸담았지만 애플페이처럼 가맹점들이 먼저 움직이는 것은 처음으로, 실제 도입되면 NFC가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